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Q 10 : 23 너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다.
“너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다”(누가복음 10 : 24)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마태복음 13 : 16의 “너희 눈은 봄으로, 너희 귀는 들음으로 복이 있도다”라는 구절과 평행 되지만, 마태복음은 당시에 유행하던 유대인의 속담인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마태
복음 11 : 11, 요한복음 18 : 37, 요한계시록 2 : 29)라는 말씀을 토대로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 ‘귀로 듣는 것’을 추가한다.
이스라엘 박물관에 진흙으로 구운 제기용 등잔 겸 향단이 큼지막하게 전시되어 있다. 등잔에 불을 밝혀서 올려놓으면 온 방 안을 환하게 밝힐 것이다. 가정용은 아닌 듯하고, 아마도 회당이나 성전에서 사용되었을 것 같다. 누구나 낮에야 밝히 볼 수 있지만, 아무도 밤 야심한 시간에 등불이 없으면 아무리 눈이 좋아도 볼 수 있는 재간이 없다.
누가복음은 “너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이루신 구원의 개방성과 특수성을 알려주는 감사와 찬송의 기도 직후에 자칭 슬기롭다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전하지만, 마태복음은 하나님의 나라를 쉽게 비유를 들어서 말씀하신 이후에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하나이기에 모두 같지만, 누가복음은 어린아이들도 깨달을 수 있는 구원의 개방성이란 차원에서 하신 것이고, 마태복음은 복음을 이미 받아들인 제자들이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구원의 특수성이란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어서 엄밀히 다르다.
보고도 알지 못하는 눈은 비극이다. 메시아가 오시기를 오랫동안 기다린 유대인은 정작 메시아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비극을 맛보았다. 예수께서는 이런 유대인을 가리켜서 “너희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저 있느니라”(요한복음 9 : 41)라고 책망하셨다.
이는 날 때부터 맹인이 된 사람을 그 부모나 당사자의 죄로 정죄한 유대인들이 자신들은 당당하게 본다고 말하는 위선에 대해서 책망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이미 남을 정죄하는 그들은 그 심판이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지 못하니, 이런 사람들의 위선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말씀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예수님께서 남의 눈에 티만 보고, 제 눈에 들보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서 ‘보는 눈은 복 되다’라고 말씀하신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자기가 보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보는 눈이다. 자기는 심판받을 줄 모르고, 남을 정죄하는 사람은 정작에 본 것도 보지 못하는 위선자이다.
요한복음 8 : 52에 의하면, “유대인들이 이르되 지금 네가 귀신 들린 줄을 아노라, 아브라함과 선지자들도 죽었거늘”이라고 말한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내 말을 지키면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라고 하신 말씀을 힐난한다. 이 말씀은 ‘보는 눈이 복 되다’는 차원을 넘어서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메시아로 오신 예수를 보고도 믿지 않는 자는 보고도 보지 못하는 자이기에 이미 심판을 받은 것이다. 요한복음 3 : 16-18은 ‘이미 메시아를 믿지 않는 것’이 심판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말씀은 심판이 죽음 이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메시아를 보고서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임한 것이 심판이라고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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