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자연 그 자체는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생태적 순환을 통해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자연의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 감사하면서 계절마다 바뀌는 다양한 식물과 과일을 제공받는다. 자연이 인류에게 베푸는 풍성한 과일과 열매는 자연이 가진 목적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자연의 목적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유지가 가장 큰 목적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연의 목적은 모든 생명과 직결된다.
  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자연에 대한 목적들이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자연의 목적론적 가치관이 인류의 기술에 의해 사라지면서 목적이 가진 의미 또한 상실되어 가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점점 비가 내려 땅에 물을 제공해주는 자연의 가치를 기계론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들이 과학적으로 비가 내리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지나치게 자연의 가치를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해석할 경우 이런저런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가치와 목적을 기계론적으로 해석할 경우, 자연이 가진 목적은 인간의 수단이나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측정하는 강수량을 알게 된 인류는 이제 그 강수량을 과학적으로 바꾸려하고 있다.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인류는 자연의 법칙을 무너뜨리고 인공 구름까지 만들고 있다. 대기의 순환을 통해 구름이 이동하는 자연의 순리를 바꾸어서 인류의 기술로 비를 만드는 것은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 봄이 되면 어미 새들이 둥지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새들의 원룸이 되고, 다람쥐와 청설모가 여러 둥지를 만들어 사는 공동주택 아파트가 되기도 한다. 때로 나무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에 열매를 제공하고, 심지어 추운 겨울에는 겨울 동물들이 동면할 수 있게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결국 나무는 한 잎의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다른 이들의 영양분이 되어 자연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한 그루 나무는 위대한 생명 그 자체이다.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가 살아가는 목적을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한 그루의 나무가 가진 가치와 목적을 우리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자연의 목적은 그 자체로서 위대하다.
  모든 현상을 물질의 운동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의 거대한 목적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다. 과학 기술로 자연의 거대한 목적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불가능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그냥 내버려 둘 때, 그 가치와 목적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자연의 목적을 훼손하려는 기계론적 해석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생명을 기계론적으로 해석하는 성향이 강하게 될 것이다. 생명은 기계론적 해석으로는 불가능하다. 모든 생명체에 대한 비밀을 과학적으로 다 해명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자연의 다양한 원리를 물리적 법칙으로 설명한다 해도 여전히 수 만 가지가 넘는 자연의 신비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인공강우를 만들어 잠시 동안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심지어 나무에게 고급스러운 인공비료를 흙에 덮어 준다고 해도 구름에서 내리는 비와 태양에서 비춰지는 에너지와는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자신만만하게 여기는 과학 기술로는 자연의 생명력을 결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은 기술이나 인간의 척도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이 우리가 자연을 모르는 것에서 시작되는 실수는 아닐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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