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정재찬 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출판:인플루엔셜)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그가 쓴 골든아워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자신이 기록한 것은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라고.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여서라거나, 각별히 책임감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직업의 본질이 요구하는 것을 지키는 것뿐이며, 그러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감동적으로 그려진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는 그때, 의사들은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맞서 싸웁니다. 의사 리외는 랑베르 기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리외에게 랑베르 기자는 다시 묻습니다. 그 성실성이란 게 대체 뭐냐고. 의사 리외는 다시 대답합니다. “내 경우로 말하면, 그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화평함을 바랍니다. 이 화평을 위해서는 위기에 맞서야 합니다. 위기를 극복해야만 화평이 옵니다. 그런데 이 위기의 극복에는 성실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갑작스런 병이 찾아왔습니다. 의사의 지시에 성실히 따라야 합니다. 식습관을 바꾸고 꾸준한 운동도 겸비해야 합니다. 이런 성실성이 수반되지 못하면 병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의사도 환자를 향한 성실성을 가지고 치료해야 합니다. 직장에서도 성실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성실성이 없으면 무너지고 맙니다.

코로나19는 달리 치료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감염의 경로를 차단하고 확산 속도를 줄이면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개발은 연구진들이, 치료는 의료진들이 그리고 차단은 국민 모두가 함께 해야 했습니다. 연구진과 의료진이 국민 각자의 성실성으로 벌어준 시간을 잘 활용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치권도 성실하게 국민의 노력에 힘을 더하여야 합니다. 우리 나라가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성실하게 개인위생을 지키고 마스크를 사용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여 이 시간을 벌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 개인의 희생이 너무나 강조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성실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위기가 이들에게 왔고 기 위기는 사회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성실성이 무너지는 대위기가 올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국가적인 대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나만, 또 나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게 되고 그러면 각자도생의 이기적인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소상공인들을 도와야 합니다. 또한 정치권도 정치적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수를 던지고 여야가 합력하여 소상공인들을 살려내야 합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성실성을 함께 붙들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그 소상공인이 바로 우리임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함께 이겨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국종 교수나 페스트에 맞섰던 리외 의사가 말한 직분에 대한 성실성이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물음으로 다가오기를 바래봅니다. 묻기만 하지 말고 행할 바를 찾아 성실히 행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말만 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외쳐주고 싶습니다. “소상공인, 파이팅! 힘내세요.”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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