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인터넷상에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관한 기사를 읽고 일부를 옮겨봅니다.
눈을 감고 안대를 썼다. 앞이 컴컴해졌다. 그 상태로 걸을 참이었다. 잘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삶을 짐작하고 싶었다. 흰 지팡이를 짚어도 피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인도 위 차량이 그랬고, 숨어 있던 볼라드가 그랬고, 불쑥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그랬다.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다. 불친절하고 힘겨웠다. 근육이 잔뜩 뭉쳤다. 체험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집에 와선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때처럼 눈을 감은 거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혼자가 아녔다. 왼쪽에 '바론이'가 있었다. 2살이고, 멋지게 생겼고, 때론 덤벙거리지만, 똑똑하고 어엿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자랐다. 가죽으로 된 손잡이와 줄을 왼손에 잡았다. 질감이 느껴졌다. 오른쪽에선 신규돌 훈련사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아마 좀 빠르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럼 '천천히'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리 설명을 듣고 출발했다. 바론이에게 “바론아, 앞으로”라고 하자, 앞으로 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조금 빠른 것 같아 “바론아, 천천히”라고 했다. 그러자 바론이는 나와 발걸음을 맞춰줬다. 기특했다. 바론이의 살랑거리는 꼬리가, 내 왼쪽 다리를 메트로놈처럼 ‘토옥, 토옥’하고 건드렸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깜깜했고, 두려웠지만 안심이 됐다. ‘괜찮아요. 함께 걷고 있어요’, 녀석은 마치 그리 말하는 듯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실상을 알고 싶었던 한 기자가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이번에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걷는 기사를 썼습니다. 두렵고 떨리기만 했던 길, 그래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긴장 속에서 걸어야 했고 때론 부딪히고 넘어졌던 길입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받은 바론이와 함께 걷는 길은 두려운 길이 아니었습니다. 깜깜했고 두려웠지만 안심이 되었고 신호등을 건널 때도,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안내견은 결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만큼의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던 그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줌으로 새 삶의 희망과 소망이 되어준 안내견, 참으로 귀한 존재입니다.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생의 빛을 얻었다면 우리도 그 빛을 

    수많은 이들에게 비추어 주어야 합니다.  "

기사를 읽으며 예수님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는 눈과 영혼에 대한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두려움과 실패 앞에 무너지고, 갑작스러운 고난과 병고 등으로 인해 쓰러졌습니다. 그럴 때면,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아니 계신다고 말하지만 바로 그 아니 계신다고 여겨지는 예수님이 항상 함께 계셔 주셨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든든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잘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의 도움으로 삶의 많은 변화를 가졌다고 말한 것처럼 저 또한 예수님께서 동행해주시고 계신다는 마음 때문에 힘과 용기를 얻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저처럼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이 곁에서 함께 걸어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다른 이들과 함께 걸어줌으로 힘이 되어주고 손도 잡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생의 빛을 얻었다면 우리도 그 빛을 수많은 이들에게 비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안내견 정도만 되어도 참 그리스도인이라 말을 들을만한 세상이 그저 안타깝고 그렇지 못한 우리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떠해야 합니까?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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