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과학기술은 인간 삶의 형태를 다양하게 바꾸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기술들을 선보이면서 생명을 연장하려는 인류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지금도 코로나19의 팬데믹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의 단계적 일상을 회복하려는 ‘위드코로나(with Corona)’가 가능한 것도 과학 기술 덕택이다. 만약 과학 기술이 없다면,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인류의 멸망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혜택은 인간의 욕망을 더욱 키워놓고 말았다. 단순히 질병 치료와 예방을 넘어 이제 우수한 유전 형질을 개량하려는 우생학적 시도는 인류 양식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말았다. 영화 속 스크린에 비춰진 이야기들이 점점 현실이 되면서 영화 속 먼 미래는 우리의 실존과 함께 한다. 인간의 욕망과 과학 기술의 만남은 거대한 야수를 탄생시킬 만큼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유전자 편집과 맞춤아기는 이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말았다.

과학 기술과 인간의 욕망, 이 둘의 만남은 단순히 질병의 치료를 넘어 생명 연장이라는 거대한 야수의 인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중국의 전국 시대 진나라의 왕인 진시황은 전국 시대에 가장 강한 나라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영원히 죽지 않고 살기를 원해서 사람들에게 전국을 돌며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불로장생의 약초는 구하지 못하고 결국 진시황제는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생을 보장해주는 불로초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공학 기술은 이제 인류에게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초를 제공하려고 한다. 말 그대로 생명공학자들은 영생하는 약초를 개발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복제 기술로 과학자들은 질병과 노화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대신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한다면 충분히 생명 연장은 가능하다. 미래의 어느 순간,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영생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The Island)는 인간 복제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과 이완 맥그리거는 복제된 인간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 형질을 가진 복제 인간들이다. 영화 속에서 생명공학 회사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미리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 인간들을 만들어 대기하고 있다. 그 회사는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복제된 인간의 신체(장기)의 일부를 이식하여 수명을 연장해 준다. 복제된 인간들은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과 유전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하게 되면 부작용이 전혀 없다. 영화 속 복제된 인간들은 자기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기를 제공하는 기계의 일부로만 사용될 뿐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그들은 이름이 없다. 그들은 기계의 부품처럼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로 불려진다.

비록 2005년에 개봉된 영화이지만 현재 생명공학자들은 인간복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영화의 이야기는 점점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만약 영화 속 인간복제가 실현된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되는가? 인류는 이제 점점 자신을 신으로 만들고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이자 신이 되어가는 인간,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인간 복제 기술이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간의 유한성은 창조 질서의 조건이다. 하나님이 만든 자연의 질서는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된다. 삶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서서히 죽음의 실존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욕망이 타오르고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인류의 미래는 과연 밝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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