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킨 선교사(1865년 12월 13일-1908년 1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부부는 이미 여비로 가지고 온 돈을 모두 사용해 빈털터리가 된 상태였다. 도산 안창호와 부인 이혜련 여사는 샌프란시스코에 안면이 있는 사람이나 친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무척 난감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영어도 못 했기 때문에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안창호 부부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배회하였는데 우연하게도 알렉산드로 드루를 만나게 되었다. 드루는 군산에서 의료선교사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안창호는 그와 안면이 있었다. 드루가 군산에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활동할 때 안창호 선생의 통역을 담당해서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드루는 도산 안창호 부부가 처한 사정을 듣고 자신의 집인 이스트 오클랜드로 데리고 갔고 안창호 부부는 그곳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기거하게 된다. 지금까지 도산 안창호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체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스트 오클랜드다. 다시는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만을 건너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터뷰 대부분은 한국의 이상한 풍습과 서울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도산과 부인을 인터뷰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는 안창호 부부와의 첫 만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어느 저녁에 이상한 외국인 부부를 만나기 위해 이스트 오클랜드를 찾았다. 부부는 알렉산드로 드루 박사 집에 기거하고 있었다. 드루 박사는 의사로, 그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약 8년 동안 거주하다가 최근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기자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 부부가 왜 한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왔는지 알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기자는 안창호 부부와의 인터뷰 첫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들어왔는데 미국 옷을 입고 있었다. 남자는 중국인 평균 키보다 조금 컸는데 일본인 또는 인디언과 비슷했다. 조그만 체구의 여성은 일본인과 매우 흡사했다.”

인터뷰는 악수를 하고 서로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남성은 24세이고 부인은 19세인데 드루 박사가 남성을 ‘안’으로 소개하면서 그 이름에는 ‘평화’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또한 이름에 ‘행운’의 의미도 있었기 때문에 그 자신의 이름은 ‘행운의 평화’인 셈이다. 두 사람 모두 기독교인이 되었다.”

기자에 따르면, 안창호는 드루 박사에게 통역을 부탁하면서 “기자에게 나를 찾아온 것이 영광이라고 전해 달라. 나중에 호의에 대한 답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는 안창호의 이러한 정중한 태도에 당황했다고 한다.

도산 선생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물 안 개구리인 조국을 위해 교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24세였던 도산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는 서양인을 악당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에서 구세학당을 다니면서 서양인을 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동포를 도우려면 외과 의사(드루를 생각하면서 한 말로 생각) 가 되는 것이 좋겠지만 마음이 약해 수술을 집도할 자신이 없었다”라며 “교사가 장래의 꿈”이라고 말하였다. 인터뷰를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본사를 견학한 도산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도산 안창호와 아시안 이민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도산은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기회의 땅 남가주에 위치한 리버사이드로 이주하게 된다. 미국 최초의 한인타운 또는 한인 마을이 처음으로 생긴 리버사이드는 당시에는 파차파 캠프 또는 도산 공화국으로 불렸던 미국 최초의 한인타운이 있었다.

기사의 내용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도산 안창호의 초기 미국 생활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 드루 선교사이다. 비록 조선을 떠났지만, 도산 안창호를 통해 보여준 조선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였을 것이다. 직접 통역을 하였고, 함께 살았으며,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드루 다음으로 군산에 잠시 왔었던 알렉산더 선교사가 오긍선을 미국에 데리고 가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처럼 조선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였고 안창호가 누구이고 안창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안창호가 왜 미국에 오려고 했는지를 알고 있기에 기꺼이 그를 도와주었을 것이다. 기록을 더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이 시기에 젊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경험한 미국 생활과 조선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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