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김하나’ 작가의 『힘 빼기의 기술』(시공사)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어린 시절, 너무나 오랫동안 자주 사용되어 가족들의 무의식에 강력하게 자리 잡은 하나의 단어가 있다. 용례를 살펴보자면 “만다꼬 그래 쌔빠지게 해쌌노?”=“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니?” “만다꼬 그 돈 주고 샀노?”=“뭐하러 그만한 돈을 들여 샀어?” 정도로 쓰인다. 단 두 개의 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만다꼬’라는 말에는 웬만한 의욕을 순간적으로 탁 꺾어버리는 마력이 있다. 그래 난 ‘만다꼬’ 시간과 노력을 바쳐 이걸 하고 있는 거지? 아, 내가 ‘만다꼬’ 그 돈을 여기다 써버렸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대답으로서의 ‘만다꼬’ 또한 강력하다. “난 꼭 그 자리에 오르고 말 거야.” “만다꼬?” “우리 회사를 세계 1위 회사로 만듭시다!” “만다꼬?”라는 대답은 결연한 의지나 기백의 빈 허리를 푹 쑤시는 마력이 있다.

나는 한동안 ‘만다꼬’가 싫었다. 내가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부모님은 여지없이 “만다꼬?”라고 되물었다. 무엇이든 최초의 시도는 여리기 마련인데 ‘만다꼬’라는 말을 몇 번 들으면 ‘그래, 뭐하러’하며 그만 주저앉고 말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어서 독립을 하고 나니 ‘만다꼬’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질문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또는 사는 게 힘에 부칠 때면 ‘만다꼬?’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왜 이것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 내 안에 내재된 ‘만다꼬?’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부분에 쏟고 있던 힘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저도 젊어서 ‘만다꼬’를 들으면 기운이 빠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만다꼬 그리 힘써. 좀 천천히 해’이런 말이 때로는 위안이 되고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합니다.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원숙함이 들어오게 되고 그래서 무엇에 더 중심을 두고 힘을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다.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내공이 쌓이면서 그만큼 힘을 안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삶의 노련함으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힘을 사용하면서도 아낄 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다꼬 그렇게 교회에 열심이야!” “만다꼬 일요일에 교회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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