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킨 선교사(1865년 12월 13일 ~ 1908년 1월 2일)

1895년 여름, 선교사 부부들은 서울 관악산 자락 삼성산의 사찰(삼막사)에서 보냈다. 이때 테이트 남매는 한국의 더위를 피해 아예 일본으로 가서 여름을 지낸 후 돌아왔다. 이렇게 집단으로 휴가를 냈던 이유는 높은 습도의 한국 여름 기후에 선교사들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미 1893년 여름 레이놀즈의 부인 팻시가 몸져누운 적이 있고, 1894년 여름에는 남장로교 선교사들 대부분과 전킨 부부와 아들 조지, 그리고 레이놀즈, 드루, 테이트 남매 등이 고온 다습한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진하여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선교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사건이 있었는데 전킨의 장남 조지가 생후 18개월 만인 1894년 11월에 결국 사망한 것이다.

1985년 8월 1일 밤, 드루의 첫아들이 태어났는데, 1893년에 8월 레이놀즈의 첫아들 윌리엄, 1894년 11월에 전킨 선교사의 첫아들 조지가 죽어 양화진에 묻고 난 이후 오랜만의 경사였다. 덩치가 크고 배짱이 두둑했던 드루는 지인이었던 주지에게 5불을 주고 절간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한국인의 풍습대로 떡도 만들어 돌리며 절간에서 일하는 하인들까지 드루 집안의 경사를 축하했다.

그러나 전킨과 드루의 관악산 휴가는 얼마 가지 못하고 중단된다. 서울에 콜레라가 대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선교사들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하였다. 다른 선교사들에게 연락을 받은 드루와 전킨은 곧 서울 도심으로 가서 전염병 구호 활동에 나섰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8월 8일 하루 동안 서울 도성의 한 출입문 근처에서 스물두 명이 콜레라로 인해 죽었고, 또 다른 관문에서는 50명이 사망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드루는 다른 의료선교사들과 함께 콜레라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 그해 여름 콜레라 구호 활동은 당시 조선의 관료들과 백성들에게 선교사들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중들의 반응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때 참여했던 한 선교사는 “이 나라가 곧 기독교화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 군산 스테이션(Gunsan Station)

전킨과 드루 가족은 1896년 4월 5일 군산에 도착한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 짐을 풀었다. 1895년 전킨이 이미 매입해 놓던 주택이었다. 군산에는 이미 전킨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1895년 송영도, 김봉래, 차일선 등이 세례를 요청하였다. 1896년 4월 6일 군산에 도착, 다음날 전킨은 그들의 방문을 받고 즉석에서 세례문답을 위한 요리문답반이 시작되었다. 송영도와 김봉래는 7월 20일에 세례를 받게 되었고, 군산에서의 교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드루 역시 두 달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6월부터 자신의 집에서 의료 사역을 시작하였다. 드루의 집은 해수면보다 몇 피트 높았지만, 전킨의 집은 방 두 개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의 호의로 언덕 위에 있는 건물 하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출신 윤치호가 정부에 요청한 결과였다. 윤치호는 전킨이 군산 땅과 주택을 매입할 때도 도움을 준 적이 있다. 그해 여름을 견뎌낸 전킨과 드루는 한국에서 생존하는 완벽한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896년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5회 남장로교 연례회의에서는 군선교부를 폐쇄하고 전라남도에 새로운 선교부를 설치하기로 결의를 하였다. 처음부터 군산을 강하게 주장했던 드루는 개인 사정으로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기에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결정에 반발하였다. 그해 겨울 드루와 전킨은 다른 선교사들을 설득한 결과, 결정이 1년간 유보됐고 추이를 관찰하기로 했다.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한 결과 군산 교회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드루 선교사는 1896년에서 1897년, 2년 동안 4천여 명의 환자를 돌보았다. 그들 가운데는 100마일을 걸어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드루는 온종일 햇살이 한 줄도 비치지 않는 음침한 작은 초가집의 진료실과 수술에서 진료하였다. 드루의 의료 사역은 군산 교회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다. 설립한 지 1년 만에 40명 이상이 모였고, 그중 25명은 주일 오전 9시 성경 공부 모임부터 참석하였다.

1897년에 입국해 전주로 향하던 잉골드는 군산에서 2주간 머물며 군산의 드루 의료선교사에게 환자 치료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의 일기에 “나는 특히 드루 박사님이 너무 친절하고 의료와 관련된 일에 도움을 많이 주셔서 드루 박사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항상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드루 박사님에게서 약도 좀 받고 실제적인 약 조제술을 배우기 위해 한주간 군산에서 지내다 왔다, 드루 선교사는 자신의 의료 선교 사업에 열정을 보여 주었을 뿐 아니라 의료선교사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준 선교사이다”라고 기록해놓았다.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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