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제일교회)

이철환님의 책 “눈물은 힘이 세다”에서 읽은 한 대목을 옮겨 봅니다.

옆집에는 한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아저씨는 안마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이었는데, 밤 11시만 되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창문을 활짝 열고 아주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드름장아찌 같은 얼굴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돼지 목 따는 소리 내지 말라고 고추 먹은 소리로 소리소리 치는 고약스러운 아저씨들도 있었다.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머리만 조아렸을 뿐, 부르던 머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 노래는 <등대지기>였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아저씨는 같은 노래만 계속 불렀다. 어떤 날은 열 번을, 어떤 날을 스무 번을 불렀다. 나는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저씨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가끔씩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래가 끝날 때쯤 아저씨의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줌마도 안마 일을 하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때, 아줌마는 지팡이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아저씨의 노랫 소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내에게 등대나 마찬가지였다.

왠지 모를 애잔함이 돋아나는 이야기입니다. 앞 못 보는 두 부부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도 애틋하지만 앞을 못 보는 아내를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등대와 같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 앞 못 보는 남편의 사랑도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하기에 앞 못보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남편, 그래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아내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남편, 그러나 그 노래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눈뜬 사람들은 정작 그 노래에 숨겨진 소중함을 보지 못합니다.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쯤 피곤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아내의 몸과 영혼은 오늘 하루도 남편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항구에 다 달았음을 느끼며 저만치에서 부터 안식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죄의 굴레 안에서 인생의 한계를 맛보며 삽니다.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했던 하이데커의 말처럼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우리도 모두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만남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바뀌고 그래서 절망의 굴레,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주님의 푸른 초장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주님의 사람들이 되어 하늘의 소망을 품는 이들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작 주님을 만나는 일이 인생의 최우선이 되어야 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아직 인생의 등대, 영혼의 등대가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복음의 노래를 불러줌으로 등대가 되어 주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에 감격하며 그 사랑하심을 들려주고 싶어서,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이곳이, 이 길이 참 길이며 진리라며 영혼의 노래를 불러주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님은 이 땅에 오셔서 수많은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14:27). 그리고 자신을 우리의 대속물로 주셔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우리를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이제 주님의 노래를 우리가 대신해야 합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16:24)라고 하셨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이 그러하셨듯이 세상을 위해, 구원받아야 할 주님의 백성들을 위해 등대의 불을 밝혀 복음을 노래하는 이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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