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Q 10 : 4 [돈]이나 주머니나 신발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고,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

순례 여행은 간단히 준비해야 한다. 부담 없이 여행하고 돌아오기 위해서 행장이 간단해야 한다. 그런데 출국장에서 보면 벌써 순례객의 가방이 두 세 개씩이다. 순례 여행을 간다면서 이사를 가는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가야지, 짐을 꾸리고 챙기고 심지어 과도하게 기념품을 사서 돌아오는 것은 여행을 망치는 길이다.왜 예수님께서는 “돈이나 주머니나 신발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고 교훈하실까? 여행하는데 돈이나 주머니나 신발이나 지팡이는 가장 필수적인 행장이다. 이것들을 가지지 말라는 명령을 하신 이유는 제자들에게 여행이 아니라, 선교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선교는 필요한 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중요한 짐은 없다.

그래도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지 손발이 떨릴 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행은 가슴을 뛰게 하지만, 선교는 영혼의 울림이 크다.

예수님께서 하신 선교파송 교훈에서 첫 마디가 돈을 가지고 가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러한 마태복음 10 : 9 에는 ‘금화나, 은화나, 혹은 구리화’를 가지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누가복음 9 : 3 에도 돈을 은화로 명시하며 가지고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돈이 최고인 이 시대에 한 푼도 가지지 말고 선교여행을 가라는 말씀은 지극히 비상식적인 가르침으로 들릴 수 있다.

왜 이런 교훈을 하신 것일까?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의 스토아철학자들과 분명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기도 하고, 돈으로 동성애의 쾌락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예수운동은 돈으로 성공할 수 없다. 돈으로 영혼을 돌아오게 할 수 없는 것이 선교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돈으로 선교를 하려고 한다. 하다못해 단기선교를 가려는 학생도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누어주는 세대가 되었으니 누구를 탓하랴? 예수님의 토라가 제자들에게 선교파송 교훈을 하시는데, 우리도 선교여행을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질문이다.

19세기 말 체르니셰프스키의 연애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 에 빠져서 공산당선언을 한 레닌은 똑 같은 제목으로 표절저서를 냈다. 한 남녀가 사랑에 빠지다가, 다른 남녀와 사랑하고, 급기야는 또 다른 남녀와 스와핑을 하고, 마지막에는 네 명이 혁명을 위해서 동거한다. 그 책은 그야말로 동성애와 양성애가 공산주의의 그릇된 성도착으로 그려진 망상적 에로스이다. 네오마르크시즘은 성적 억압이 성폭력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 성 해체까지 주장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란 전염병이 이태원과 신촌의 찜질방과 게이들이 밀집한 나이트클럽에서 하룻밤 사이에 수십 명이 감염되었다. 감염경로를 몰라서 경찰이 기지국에 접속된 핸드폰을 조사했지만, 3천여 명이 연락두절이라 방역당국에 자진해서 나와 검진을 받기를 호소했다. 손목 밴드를 사서 여러 클럽에 들어가니 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인사하지 말라고 당부하시면서 제자들을 파송하신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고난의 길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오고가지만, 이 고난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 객이 스치면서도 서로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 한 가지만을 묵상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방향이 다른 골고다의 길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