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가꾼 푸성귀 하나라도 좋은 것을 가려 목사님 댁에 꼭 먼저 가져다 드리곤 했다는데 남편을 여의고 몹시 어렵게 살던 시기에 이웃에 진향이 엄마라는 새댁이 있었단다. 그 새댁은 몇 대 독자라는 남편에 대한 봉양이 아주 지극했는데 어느 날 그 새댁의 시어머니가 몇 대 독자인 아들을 주라고 사온 계란 한 꾸러미를 받아서 반은 남기고 그중에 다섯 알을 그녀에게 선물을 했단다.

계란이 몹시 귀하던 시절이었다. 그 귀한 계란 다섯 알을 받아서는 세 개를 목사님 몫으로 역시 떼어 놓고는 남은 두 개를 가지고 계란찜을 해서는 장남에게만 먹게 했다지 뭔가. 밥상머리에 앉은 다른 꼬맹이들이야 제 엄마의 그런 편파적인 행동이 얼마나 불만스러웠을 것이며 또 얼마나 먹고 싶었을 것인고. 뭘 좀 안다고 큰 딸년이 “자식을 공평하게 키워야지 어쩌고저쩌고...” 하며 궁시렁 거리기라도 하면 그녀는 대뜸 “귀한일 할 주의 종도 구별 못하면 쓰나..”하며 혀를 끌끌 차셨단다.

매일 밤 베갯머리에서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성경 속 인물얘기다보니 주의 사자(使者)를 잘 공경하는 것이 축복의 비결인줄은 형제들이 다 잘 알아 불쑥 터져 나왔던 불평도 엄마의 그 말 한마디면 대번에 군말이 필요치 않게 되더란다. 그 때문에 누나라도 동생을 함부로 못 대하면서 자랐단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데, 그게 부모의 마음 일진대 자식들 모두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그녀라고 없었을 것인가.

그러나 그녀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종에 대한 구별된 마음이 우선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목회자를 최선을 다해 정성되게 섬겼지만, 훗날 목사가 되려고 기도하고 있는 어린 아들을 대할 때도 자식이되 하나님의 귀한 종임을 더 염두에 두고 공경함으로 아들을 대했던 것이다.  

믿음의 선한 역사

남편은 실향민이어서 고향에 대한 향수가 누구보다도 각별하였다. 

196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거지나 문둥병자나 상이군인 같은 부류들이 집집마다 동냥을 하러 다니는 풍경이 흔하였다. 그중에는 이북에서 내려와 오갈 데 없이 빌어먹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동냥을 하러오면 남편은 필히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곤 이북이 고향이라고 하면 아주 반갑게 집안에 들여서 아내를 재촉하여 한 상을 차리게 해서는 아예 겸상을 하고 앉아 얘기꽃을 피우는 게 다반사였다. 대접이 융숭하다보니 눈치도 없이 하루가 멀게 찾아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다가 그들에게도 정보망이 있는지 어중이떠중이 별별 걸인들이 수소문을 해서 찾아오는 형국이라 그녀도 어지간히 지쳐버렸다.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다, 한 끼, 혹은 두 끼, 밥이나 주고 마는 이런 방식은 소모적 적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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