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남편은 아내에게 한 약속에 대한 사내로서의 체통은 있어서 아내가 교회에 나가는 것을 그전처럼 말리지는 못하다가, 저녁집회에라도 갔다가 좀 늦는다싶으면 아예 방문을 걸어 잠그고는 교회에나 가서 살라며 고함을 쳐대곤 하였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빌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니 그런 날에는 도리 없이 그녀는 온 길을 다시 되돌아서 교회로 가서는 밤이 새도록 혼자 울며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발’처럼 미련해서 믿음의 실상(實狀)을 바로 보지 못하고, 그러므로 오묘한 진리를 도무지 알지 못하는 남편이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다. 청함을 받은 자는 많으나 택함을 입은 자는(마22:14) 적거늘, 청하여도 거절하는 그 완악함으로 택함 받지 못하고 고아처럼 버려졌을 영혼을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의 죄를 대신 회개하였다. 대신 하는 회개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만 도무지 하나님 앞에 송구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만 같았다. “그가 알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니 용서해주시고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엎드려 울면서 기도하다보면 어느덧 새벽예배시간이 되어 있었다.

새벽기도회까지 드리고 나서는 근심 따위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성령 충만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면 남편은 이번엔 또 ‘여편네가 외박을 했다’고 고함을 쳐대며 난리를 피워대곤 하였다. 그런 모함적 발언에 맞대응하느라고 받은 은혜를 쏟을 그녀가 아니다. 자신의 억지를 남편 자신이 더 잘 알 터였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고 쑹덩쑹덩 돼지고기를 썰어 비지찌개를 끓인다. 남편은 돼지고기 비지찌개를 아주 좋아하였다.

남편도 모르지 않았다. 분노나 격정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나님에 사로잡힌 저 여자를 무슨 수로 떼어온단 말이냐. 내... 하나님이란 작자와 상대할 재간이 없거늘.

돌림자를 써서 지은 첫아들의 이름은 이 상대(서광성결교회 담임목사)였다.

아이의 부실함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하필 젖도 부족했던 까닭에 아이는 엄마 젖도 양껏 먹이지 못하고 미음을 먹여 키웠다. 아이는 자주 경기를 일으키곤 했는데 눈을 하얗게 뒤집은 채 새파랗게 질려 넘어갈 때면 그녀는 간담이 서늘해져서는 주여, 주여, 부르짖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한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아는 그녀는 아들의 이런 부실함마저도 아들을 택하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는 하나님의 뜻일 것이라 믿었다. 아무것도 낙담할 것은 없었다. 아들이 아프면 그녀 몸이 더 찢겨지는 듯 아픈 것만 뺀다면.

그녀는 하나님께 바친 어린 아들을 말씀으로 양육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끊임없이 기도하는 가운데, 장차 높으신 하나님의 뜻을 펼 귀한 종임을 구별하여 제 아들이되 하나님의 사자(使者)를 대하듯 극진한 마음으로 아들을 섬겼다.

비단 아들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주의 종을 섬기는 일에 유난히 각별하였다.

그녀가 얼마나 목회자를 정성스럽게 섬겼던지 그의 딸은 어릴 적에 이 세상에서 최고 높은 사람이 목사님인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최고로 좋은 음식, 최고 좋은 자리, 최고의 존칭... 등등. 엄마는 언제나 그렇게 목사님을 최고의 대우로 섬기셨지요. 목사님이 심방을 오시는 날이면 엄마는 장롱 속에만 고이 박아 두었던 양단방석을 꺼내고, 찬장위에 얹어놓아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칠기 다과상도 꺼내어 반짝반짝 닦아내고, 또 겨울날에는 꽁꽁 막아놓기만 했던 연탄아궁이도 활짝 열어서 아랫목을 지펴서는 거기에 목사님을 앉게 하셨지요. 대접이라야 기껏 뒤꼍에 심어 수확한 삶은 옥수수나 고구마, 감자... 뭐 그런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흠 없이 상처 날 새라 조심스럽게 솥에 쪄내어서는 목사님 상에 올리시던 그 정성스런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의 딸이 이야기하는 주의 종을 공경하는 그녀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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