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하여 아들을 낳음

부부 사이에는 이미 딸 둘이 생겼으나 사고무친(四顧無親)의 가부장적 남편은 아들을 간절히 원했다. 남편을 기쁘게 할 일은 아들을 낳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노력으로 될 일이랴. 그녀는 하나님께 서원의 기도를 올렸다.

“첫아들의 소산으로 하나님의 종으로 바치기를 원하오니 나의 태에 아들의 복을 주옵소서” 그렇게 비밀리에 서원하고는 남편과 일종의 거래를 하였다.

‘내 당신이 원하는 아들을 낳거든 교회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지 마시오. 또 딸이거든 당신 뜻에 따라 교회에 나가지 않으리다“ 남편은 아들을 얻는다는 말에 마음이 동해서 선뜻 그러마고 약속을 해버렸다. 그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순결한 믿음 하나로 배짱 좋게 질러버렸지만 자칫하면 신앙생활에 영영 올무가 될지도 모를 거래조건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의심하지 않고 장차 주의 순전한 종으로 올 아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반가운 태기가 왔다. 그러나 그때 그녀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부실해진 몸에 입덧까지 극심하여서 피골은 상접해지고 도무지 태내에 아이를 키울 체력적 형편이 안 되었지만 그녀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 병원에서는 태아를 지우는 것이 모체에 유익하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여자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죽으면 죽으리라던 에스더를 보라. 모든 행사가 하나님께 있으니 그분이 알아서 하실 일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도 아기의 목숨도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맡겼다.

모질게 힘든 시간을 겪고 9달을 채 못 넘긴 채로 그녀는 아기를 출산하였다. 조산이었다. 그렇게나 바라던 아들이었지만 엄마도 아기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남편은 귀한 아들을 얻었다는 기쁨보다도 울음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미숙아를 보자니 곧 죽을 것으로 보여 낙심이 되서는 더욱 술로 날을 지새웠다.

그때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녀라고 두려움이 없기야 했을 것인가. 그러나 주님의 말씀처럼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자나 더할 수 있으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 감사하는 것뿐이었다.

하나님은 신실한 분이셨다. 그녀의 서원한 기도를 그분은 귀하게 들어주시지 않으셨던가. 그러므로 하나님께 바쳐진 그 생명을 어찌 하나님이 책임져주시지 않으랴.

굳건한 믿음이 그녀를 담대하게 했다. 그녀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사진조차 귀한 시절이어서 남아있는 흑백사진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시기에 그녀가 핼쑥한 모습으로 첫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아기를 낳고 몹시 병약해져 죽음을 염두에 두고 찍은 것이었다. 죽음까지 예감할 정도로 그녀는 당시 많이 쇠약하였다.  

그러나 믿음대로 되리라던 예수님 말씀처럼 곧 죽을 것만 같던 그녀도, 아기도, 천천히 생기를 찾아갔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말씀으로서 약속하신 믿음의 증거였다! 그녀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격과 확신에 차서 아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 세상에 너를 공연하게 허투루 보내실 하나님이 아니시란다. 너는 하나님의 것! 너를 향한 그분의 계획이 엄마는 정말 기대 된단다”

그리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동안 친정 모친께 맡겨두었던 일상 속으로 급하게 되돌아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 모자(母子)가 다 온전치 못한 상태여서 위태롭게만 보였다. 아기는 실상 가까스로 죽음은 넘긴 것 같아 보이되, 지나치게 작고 뼈만 앙상한 것이 멕아리가 하나도 없이 허약한 몰골이라 남편은 귀한 아들이로되 ‘저것이 살아도 장차 사람구실이나 할까’ 싶어 장자(長子)에 대한 실망감으로 모자를 선대하지 아니하였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