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에 의한 암울한 식민지시대의 정점이던 1929년에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면 삼곡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이정임(李貞任)은 출생했다. 그녀가 태어난 마을은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한 단양팔경의 한 부분을 배경으로 하지만, 산악과 하천이 많고 농경지가 적어 대부분의 농부들은 산간지를 개간하여 작은 소작을 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농촌마을이었다. 시대적 상황이 일제강점기라, 정책적인 탄압과 수탈로 민심은 피폐하고 살림은 극도로 궁핍한 시절이었고 더구나 봉건주의에 의한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이 더 극심한 농촌지역의 특성상 여아(女兒)는 출생 자체에 홀대를 받기가 예사여서 대부분의 여아들은 문맹을 감수하고 가사를 도와 농사에나 전념하는 것이 고작인 시절이었으므로 그녀 역시 정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였지만 총기(聰氣)가 남다른 그녀는 스스로 부친의 눈을 피해 몰래 야학을 다니며 홀로 공부하면서 한글 및 기본적인 수리를 익혔다.

그녀는 1953년 24세의 나이에 청년 이동식(李東植)과 결혼하고 제천읍에 거주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평안남도 순천이 고향으로 1.4후퇴 때 단신 월남한 청년으로서 혈기방장(血氣方將)한 다혈성 기질의 건축기술자였다. 깐깐하면서도 가부장적인 남편의 성향 탓에 조신한 그녀는 가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제한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내성적인 성격이 더 위축되고 안으로 쌓이는 응어리가 많아졌을 것이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병이 나고 말았는데 도통 음식을 소화할 수 없는 증세가 날로 심각해졌다. 유달리 허약한 체구에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게 되자 급격히 몸이 쇠하여져 몸은 부지깽이처럼 야위어지고 거의 죽을 정도로 위중한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구원 줄로 움켜잡은 것이 예수였으니! 택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가 정말로 놀랍지 않은가. 그녀는 복된 여자가 틀림없다. 그녀가 움켜잡은 구원 줄은 질병으로부터의 구원뿐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영혼의 구원 줄이었던 것이다!

복 있는 자의, 일거에 양득(一擧兩得)하는 이 절묘한 타이밍을 보라. 복 주시려고 택하시는 하나님이시거니 택함이 복 인줄 알고 대뜸 감사해서 받게 되면 이렇게 대박이 나는 것이다. 생명을 얻게 되는 예수의 영접, 그것은 그녀 일생일대의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1955년에 제천중앙성결교회에 등록을 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녀의 병세는 놀랍게도 빠르게 회복되었고 마음도 밝아졌다. 순백의 바탕에 물감 스미듯이 복음의 은혜가 충만하게 그녀 마음에 차올라 그 사모하는 마음이 날로 더해져서 그녀는 앉으나 서나 기도로서 하나님과 교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연히 교회에 가는 빈도도 잦아졌다.

제천중앙성결교회는 1952년 4월27일에 몇 분의 신자들의 사랑방 모임으로부터 시작된 교회여서 아직 신자 수도 극히 적은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성도 각 사람이 감당할 사역의 분량이 기존교회보다 훨씬 많은 처지였다. 그녀는 초 신자에 불과했지만 받은 은혜에 감사하면서 개척교회의 부족한 여건의 보완을 위해 기도로, 헌신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이며 교회 일에 적극 합세하였다. 슬기로운 자는 참(眞)과 허(虛)를 구별해내는 안목이 있는 법이다. 그녀는 진리를 알아보았고 공손히 부복하였으며 그 편에 확실하게 섰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개척멤버도 아닌 초창기 교인으로서 그녀는 제천중앙교회의 기반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그녀의 동적(動的)변화를 남편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교회에 나가는 것을 적극 만류하더니 급기야는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게 된 것이었다. 생명의 은혜를 결코 저버릴 수 없는 그녀는 남편의 가혹한 핍박을 감수하면서도 교회에 가는 일을 폐할 수는 없었기에 눈물로 전력하여 기도하는 외에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것으로 그 완악한 마음을 돌리게 하려 힘을 쏟았다.

남편이 생활비마저 끊어버린 상태였지만 그녀는 불평하지 않고 재주 좋은 바느질솜씨를 이용해 이웃의 바느질을 대신 해주어 돈을 받기도 하고, 집 앞의 산비탈에 고구마니 옥수수니 갖은 채소를 심어 먹을 양식을 충당하고, 뒤뜰에는 목돈이 될만한 돼지 서너 마리까지 키우면서 생활을 영위하자니 쉴 틈이 없게 몸이 고단한 가운데서도 힘든 내색 없이 남편을 잘 공양하는 것으로 교회에 가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교회에 참석하고 헌신하는 일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밤새워 바느질을 하고 새벽에는 3km 남짓한 교회를 걸어가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것으로 하루가 열리면 잠시 눈 붙일 틈이 없을 만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더욱이 약골의 그녀가 돼지가 먹을 무거운 구정물통까지 날마다 머리에 이고 지자니 힘에 부쳐 몸이 다시 쇠약해지기에 이르렀다. 그 지경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공(功)을 쏟음에도 남편의 교회에 대한 반감은 좀체 삭아지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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