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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연재)추수감사절 스케치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11.20 17:21
  • 호수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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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작가

추수감사절 강단은 일 년 중 가장 화려하면서 자유스러운 날일 겁니다. 배추와 무가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고 호박도 단위에 당당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행신평안교회는 각 가정별로 감사절 바구니를 만들어 강단을 수놓습니다. 과일과 열매도 형형색색이지만 바구니에 담긴 모습들도 모두 다릅니다. 저두 지인이 수확한 잘 익은 자그마한 호박과 깨끗이 씻은 굵은 고구마 세 개를 담은 뒤 사이사이 사과와 감으로 채워 넣으니 예쁜 추수감사절 바구니가 되었습니다.   
 학생회 설교는 일용할 양식인 벼를 주인공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벼의 여정, 싹을 틔우고 논에 심고 뿌리를 내릴 때는 물을 빼줘야 뿌리가 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뿌리가 자리를 잡으면 다시 물을 공급하며 풍성한 영양분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런 사람의 손길보다 더 우선한 것이 하나님의 손길ㅡ햇살 바람 온도 비ㅡ라는 것을, 밥 한수저가 되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과정들이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벼의 여정도 인생의 여정 못지않게 주님의 섬세한 손길이 있어야 만 가능하다는 것이 새삼 깊이 생각되어지더군요. 벼만 그러겠습니까, 주황빛으로 익은 저 감 하나하나들도 얼마나 수많은 시간과 인내와 보살핌 끝에 저리 아름다운 열매가 되었을까요. 아주 어릴 때 살던 집에는 감나무가 있었는데 밤새 내 비가 내린 날 아침에 나가보면 비로 깨끗하게 씻긴 마당 위에 감꽃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거든요. 꽃이 되기까지도 쉽지 않았을 텐데 꽃으로 피어났지만 생명의 길에서 벌써 진겁니다. 감꽃을 주어 목걸이를 만들던 어린아이를 기억하는데 문득 그 아름다운 기억에서도 선명한 진리ㅡ포도나무 가지ㅡ를 기억하며 서늘해지는 것은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제주도에 가면 천연기념물인 월령리 자생 선인장 군락지에 들르곤 합니다. 척박한 돌 틈에서 살고 있는 선인장은 바다와 검은 돌을 배경으로 삼아 멋진 뷰를 선사합니다. 가시는 선인장의 잎입니다. 우선 먹이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지요. 가시 잎은 넓은 잎보다 물을 증발시키는 양이 현저히 적습니다. 햇빛을 교란시켜 햇빛을 차단하고 가시 끝으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착하여 온도를 낮춘다고 합니다. 멕시코가 고향인 선인장은 쿠로시오의 난류를 타고 와 제주 월령리에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생각해볼수록 대견합니다. 파도를 타고 이루어진 작은 씨앗의 긴 여정이라니, 눈물겹죠. 자세히 보면 새것은 푸르고 여리고 새침합니다. 색도 선명하고 예쁘지만 보랏빛 열매는 절대 새것에 달리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오후 예배 때는 찬양축제를 했습니다. 우리 모두 강단의 열매들처럼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어느 가족은 교회 출석을 못하는 자녀들과 손자를 불러 모았으며 어느 가족은 뱃속의 아이까지 함께 부르는 찬양을 했습니다. 여전도회 율동은 집행부의 실수로 MR의 박자가 느려졌다 빨라졌다 해서 오히려 즐거운 마임(?)찬양이 되었습니다. 청년회원들의 찬양은 2절에서 갑자기 악기들이 우르르 나타났는데 어디에 그 악기를 감추고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네요. 동생이신 지휘자 집사님과 함께 한 목사님 가정의 ‘요게벳의 노래’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이었습니다. 제 2남전도회의 찬양은 우리 모두를 세찬 박수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누구나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익숙한 사람들의 작은 변화, 가령 선글라스라든지 가벼운 제스츄어가 웃음을 이끌어내고 들썩이게 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 찬양은 서있기만 해도 예쁘죠. 못해도 사랑스럽구요. 우리의 시선도 이럴진대 하물며 주님께서야 우리를 보실 때 어떠실까요. 화려한 무대나 전문가의 찬양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아름다운 축제였습니다. 열매를 담은 바구니들이 함께 해서 저리 풍성해졌구요.
문득 축제 속에 있는 교회들도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아주 커다란 바구니가 아닐까!
 기쁘고 감사한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기독교헤럴드  imunju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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