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영 목사(예장합동 현리교회,두란노비전신학연구원 원장)

제2장 교회의 본질과 의의
3) 계시록의 일곱 교회

요한계시록 2장, 3장에 언급된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는 현존하는 이 시대의 참된 교회상을 정립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일곱 교회 중 다섯 교회인 에베소서 교회, 버가모 교회, 두아디라 교회, 사데 교회, 라오디아 교회는 주님이 원하시는 참교회상을 갖지 못하므로 다소 인정받는 부분이 있으나 책망을 받았고, 서머나 교회와 빌라델비아 교회는 어려운 중에도 참교회로써 면모를 지키므로 칭찬과 아울러 현대 교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시대 교회의 모델인 일곱 교회의 장단점을 개괄적으로 살펴봄으로 주님이 원하시는 참된 교회상을 이루가야 할 것이다.

A. 에베소 교회. 이 교회는 많은 교회사적 업적을 남긴 교회다(2:1-7). 철저한 사도적 정통주의를 고수했고, 이단 사설의 침투와 투쟁하여 교회를 넘어트리려는 사탄의 궤계를 방지, 규명, 정죄한 바위 같은 신앙을 소유한 교회였다. 그러나 정죄의식, 비판의식 등 정통주의 신앙에 몰두하고 집착하느라 처음 사랑을 잃어 교회로써 가장 중요한 존재적 방향을 상실한 교회가 되고 말았다. 에베소 교회는 그런 의미에서 정통주의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일부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오늘의 교회들에게 경종이 되고 있다.

B. 버가모 교회. 이 교회의 이름은 ‘결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써 정절을 상실한 교회이다. 물질적인 발람의 교훈에 사로잡히고 니골라 당의 교훈을 교회의 법으로 수용했다(계 2:12-17). 버가모 교회는 그리스도의 품을 떠나 세상과 결혼한 세속 교회의 모델이다. 오늘날도 발람의 탐욕적 사업주의와 니골라 당의 인본철학 사조가 교회에 만연하고 있다. 하나님의 복을 위장한 기복주의 사상이나 때로는 하나님의 의를 위장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한 분별 있는 참교회가 되어야 한다.

C. 두아디라 교회. 교회 이름은 ‘제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참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 이세벨을 함께 섬기고 제사하는 두 마음을 품은 교회로 책망을 받았다(계 2:18-29). 오늘날로 말하면 합리적 사고와 자유주의적 사조에 물든 교회이다. 즉 성경 말씀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세상의 물질적 사조를 사랑하는 두 마음을 품은 교회이다(약 4:8). 주님은 이세벨의 교훈에 물들지 않은 성도들에게 사탄의 깊은 것을 알지 말고 오직 너희에게 있는 것을 굳게 잡으로고 했다. 오늘날도 이와 같이 사탄의 이세벨적 상업주의와 신앙사조가 교회를 변질시키려 한다. 모든 교회는 오직 참된 복음을 굳게 잡고 그리스도를 쫓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D. 사데 교회. 이 교회는 사도 요한의 전도로 세워진 교회라고 전해진다. 사데는 오늘날의 터키의 수도였다. 이곳에는 슬프게도 기독교회가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님이 지적했듯이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2:7-13)’라고 하신 말씀대로 되어버린 교회다. 사데 교회는 주님으로부터 한마디의 칭찬도 받지 못하고 책망만 받은 타락한 교회다. 사데교회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부패로 인하여 타락한 교회의 전형이다. 타락의 원인은 교회의 생명인 그리스도의 능력과 권세를 힘입어 신앙하는 참교회상을 이타랗여 인본주의의 힘과 수단을 교회의 생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계:1-6). 오늘날도 교회의 생명인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대신 인간이 만든 사상과 기술을 신앙의 대상으로 대체하는 교회들이 있다. 즉 심리학자들이 만들어낸 신념의 법칙, 혹은 적극적 사고 훈련을 신앙과 혼돈하고 비성경적인 전략과 경영으로 교회를 물량주의로 성장시키려는 사조를 주의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법(갈6:2) 아래 있는 존재이다. 결코 그리스도를 이용하는 것을 신앙으로 혼돈해서는 안 된다.

E. 라오디게아 교회. 이 교회는 교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를 무시하고 오직 인간의 지혜와 힘을 자원으로 삼은 교만한 교회이다. ‘라오디게아’라는 지명은 민중의 의와 의의 심판, 혹은 민중의 즐거움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름에서 보듯이 하나님대신 인간들이 주인이 된 교회이다. 이 교회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도, 사명도 아예 무관심한 교회이다(계3:15,16).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 중 환경적으로 가장 부요하고 평안한 교회이다. 외적인 박해나 내적인 이단의 공격도 없는 교회다. 물질적으로 부요했으며 모든 문화적 여건도 풍성했다. 이런 좋은 조건이 오히려 그리스도의 교회로써 본질성을 상실케 했고, 구속적인 영적 생활에 무관심과 무디어진 교회이다. 오늘날 평화와 풍요로움 속에 거하는 우리 현대 교회의 보편적 폐단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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