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독립운동에 민족대표 33인과 배후까지 48인등 수많은 남성 독립투사들이 활동했지만, 또한 수많은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그 대표되는 분이 ‘나는 대한의 독립과 결혼하였다’의 주인공 김마리아 선생이다. 김마리아는 황해도 장연군에서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개신교 신자였기에 이름을 마리아라고 지었고, 아버지는 서상륜으로 부터 기독교신앙을 받아들여 마을에 교회와 학교를 세웠다. 12살에 부모를 여의고, 대학공부를 하라는 유언에 따라 1905년 서울로 상경하여 애국지사들의 출입이 많던 삼촌 김필순의 집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민족과 조국을 사랑하는 민족주의자가 되어갔다. 그는 1910년 정신여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수피아여학교에서 3년 동안 교사를 했으며 1913년 모교 정신여학교로 전근을 한 뒤, 1915년 일본의 도쿄여자학원으로 유학한다.

  그는 1918년 말 동경유학생 독립단에 가담하고 1919년 2월 8일 제국의 심장부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YMCA)에서 열린 독립선언대회 현장에 참여한 후, 선언서 원본을 일본 옷에 숨겨 17일 귀국한다. 3·1운동이 발발하자 그는 “남학생들이 크게 운동하고 있는데, 우리 여자들이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면서 항일 부녀단체 조직을 논의하다 일경에 발각됐다. 그는 3월 6일 정신여학교 교무실에서 체포돼 남산의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로 끌려갔다. 혹독한 고문으로 유명한 그곳에서 코와 귀에 고름이 생기는 병을 얻는 등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는 서대문형무소에서 5개월 옥고를 치르고 가석방 된 후, 정신여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조직하고 1919년 10월 회장에 선출된다. 애국부인회는 백신영, 방순희, 김순애 등 정신여학교 출신 다수가 참여한 단체로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는 일에 힘썼다. 이 일로 그는 다시 일경에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거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병보석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그는 선교사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1922년 임시정부 의정원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한다.

  1923년 미국으로 건너간 선생은 파크대학과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30년 뉴욕 비블리컬 신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한다. 1932년 신학강의만을 한다는 조건으로 귀국을 하여, 원산 마르다윌슨여자신학원 교수가 된다. 1934년부터는 장로교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에 올라 7~10대 회장을 역임했다. 1944년 3월 13일 고문의 후유증과 건강악화로 “예수여, 어서 오소서 이 땅에!”라는 말을 남기고 광복을 보지도 못한 채 52세의 나이로 순국하였다. 유언에 따라 화장한 뒤 유골은 평양 대동강변에 뿌려졌다.

  서울 정신여중고 안에 김마리아회관에는 김 선생이 입던 흰색 한복 저고리를 공개했는데, 저고리 상하 길이가 오른쪽은 짧고 왼쪽은 길었다. 그 이유는 “김 선생은 일경의 고문으로 오른쪽 가슴만 내려앉았습니다. 인두로 지지는 악형을 당해 마치 유방암 환우들 수술자국처럼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저고리 섶이 불룩한 왼쪽보다 짧습니다.” 설명한다. 정신여중고 모든 교실에는, 독립운동의 최 일선에서 활동한 선생의 뜻을 이어가고자 사진이 걸려 있다. 김마리아의 하나님 사랑! 나라 사랑!을 본받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길 기도한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되었다.

김헌곤 목사(본지 논설위원)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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