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창균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

한편, 웨슬리는 칼빈주의 예정론 검토에 앞서, 그것과 대비되는 그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첫째, 조건적 선택이다. 웨슬리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택을 부정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경적 근거가 없는 불확실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선택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의 선택을 특정 직무로의 작정과 영원한 복락으로의 작정, 두 종류로 구분했다. 전자는 하나님이 특정인을 특정 직무에 지정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다. 후자는 유기와 더불어 조건적인 것이다. “하나님은 믿는 사람은 구원 받게 되는 반면, 믿지 않는 사람은 멸망하도록 정하셨다.”

둘째, 예지 예정이다. 하나님은 영원 속에서 모든 일을 한 눈에 보시고 아시는 예지에 따라 믿는 사람을 선택하신다(벧전1:2).

2) 무조건적인 유기

웨슬리가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은 무조건적인 유기 개념이다. 그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택을 부정한 것도 그것이 "성경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무조건적인 유기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가 무조건적 유기 개념을 거부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1) 성경의 교훈과 불일치

웨슬리가 무조건적인 유기 개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성경의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를 원하신다(마22:9, 막16:15, 눅19:41, 요5:34),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며 모든 사람을 위해 죽고 모든 사람의 죄를 속죄했다(마18:11, 요1:29, 3:17, 12:47, 롬14:15),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신24:16, 겔18:2, 20)이라는 성경의 증언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2)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오해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주권을 무조건적인 유기 개념의 근거로 삼고 있으며, 예수님의 포도원 품꾼 비유와 바울의 토기장이 비유가 이를 증거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웨슬리는 이 두 비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를 논박했다.

포도원 품꾼 비유(마20:1-16)에서 포도원 주인은 품삯 문제로 불평하는 자들을 책망한다.“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마20:1-16). 칼빈주의는 이 구절에 근거하여, "하나님이 그의 주권을 통해 그가 원하는 사람을 유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웨슬리는 이 비유는 무조건적인 유기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것은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배척할 수 있는 권리나 유기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토기장이 비유(롬9:19-24)에서 바울은 하나님께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어리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느냐”고 질책한다. 칼빈주의는 토기장이가 진흙에 대한 권한을 가진 것을 들어 무조건적인 유기의 정당성을 변호한다. 반면, 웨슬리는 이 한 구절만을 문자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그 구절의 문맥, 즉 로마서 9장 전체의 조명 아래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9장의 요지는 하나님의 영원한 목적과 작정의 일반적 범위와 의도, 즉“믿는 자는 구원 받을 것이고, 믿지 않는 자는 멸망될 것.”을 교훈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믿을 것으로 그가 미리 안자들을 그의 아들의 형상에 일치 하도록 예정했다. 또한 예정한 자들을 그의 말씀에 의해 부르셨다. 부른 자들을 또한 의롭다 하셨다. 의롭다 한 자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다." 9장 전체의 결론은 "믿지 않는 자는 누구든지 구원을 받을 수 없는 반면, 그리스도를 믿는 자는 누구든지... 부끄러움을 당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웨슬리에 따르면, 이 두 비유는 무조건적인 유기의 근거로 하나님의 주권적 권세를 말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의 주권 단독으로 인간의 영원한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공의와 자비의 규칙에 따라 하신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불신앙이 사람을 지옥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유기 개념은 하나님의 공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재판을 훼손하는 것이다(마25:41-44).

(3) 하나님의 속성과의 부조화

웨슬리는 이중 예정, 즉 선택과 유기의 개념은 진실, 신실, 사랑, 선과 같은 하나님의 속성과 모순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어떤 사람을 유기하기로 했다면, 즉 태어나지도 않은 영혼을 지옥에로 떨어지도록 작정했다면, 하나님은 어떻게 그들에게 선하며 사랑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