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가까운 어머니를 아침,저녁으로 찾아가 돌보아드리는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6.25전쟁이 터지면서 군인이었던 이 아들은 자신의 위치로 인해 어머니를 더 이상 돌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자기의 부하를 하나 보내면서 "네가 내 어머니를 모셔라"고 했다. 그 부하는 전쟁의 복잡함 속에서도 상관의 어머니를 모셨다. 상관의 어머니를 업고 한강을 건넜다. 전쟁이 다 끝난 후자신의 어머니를 부탁했던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를 업고 한강을 건넜던 부하를 평생토록 상관처럼 모셨다고 한다. "나 대신어머니를 공경한 분"이라고 하면서 그 부하를 깍듯이 떠받들면서 한 가족처럼 지낸 것이다.

   돈 때문에 부모를 향해 칼을 들이밀고, 고소를 하기도 하는 오늘 날 자신의 어머니를 모신 부하를 상전처럼 모신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그러나 아무감동을 주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든지, 사실일지라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많은 것이다. 효를 중시하던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렇게 타락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종종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부모를 향해 큰소리치는 것을 목격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오히려 부모를 향해 자기가 하자는 대로 따르라고 강요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누가 어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대화 내용이 귀에 들리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부모님들이 젊은 세대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지식적인 면에서 부모님들이 젊은 세대에 뒤쳐질 수 있다.문화적인 면에서 부모님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첨단의 기기를 쉽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그 기계를 다루지 못 하는 부모 세대를 보면 답답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족한 부모라고 해서 그것이 젊은 세대가 더 옳고 우월하다는 것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사고의 깊이와 넓이 면에서 지금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솔직히 말해 단편적이고 가볍기까지 한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보며실망할 때도 많이 있지 않은가? 설혹 그마저도 부모님 세대가 뒤떨어진다고 해도 부모는 부모이다. 우리를 낳아주신 분이고 키워주신 분이고 사랑해주신 분이다. 그런데 그런 부모님들을 향해 잘난 척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라면 그건 이미 싹수가 노란 사람이다. 제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들 기본적인 인성이 망가져버린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이야기 하나가 더 생각난다. 텍사스의 한 남자가 아내와 네 자녀를 버리고 캘리포니아로 가서 30년 동안 오직 자기만을 위해 살았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후 그는 돈 한 푼 없이 죽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시체를 고향 텍사스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텍사스에 살고 있던 자식들은 모두 그 소식을 듣고 분개했다.“그 사람이 우리와 무슨 상관있어? 그가 아버지로서 우리에게 해준 게 뭔데? 그 사람 때문에 어머니와 우리 모두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왜 우리가 그 시체에 수고와 돈을 들여야 하지?”그런데 신앙심이 깊은 큰 아들은 아무말 없이 동생들의 불평을 들었다. 그는 캘리포니아로 가서 아버지의 시체를 운구해오기 위해 자기 트랙터와 농기계들을 저당 잡혔다. 그것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명처럼 여기는 물품들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큰 아들은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성경에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씌어 있을 뿐, 어떤 부모라는 말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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