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후서 이해 1

                   소기천 교수(장신대 신약학)

공동(일반)서신으로 분류되는 베드로전후서는 야고보서와 요한 1 2 3서와 유다서와 더불어서 초기 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바울서신에 비해 저평가되어 왔지만, 사실상 바울서신이 지역교회의 문제해결에 매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유다는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유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당면한 현안들을 오늘날의 평신도인 장로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직책을 맡은 영적 지도자인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당시에 바울이 이방인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안디옥 교회도 베드로가 세운 베드로기념교회로서 이미 바울의 선교는 베드로의 감독 하에 있었기 때문에, 바울은 선교사역을 실천하는 중에 항상 유대 그리스도교의 중심에 있었던 예루살렘 교회를 항상 염두에 두고서 사도총회에서 보고를 하였고(행 15장) 아가야와 마게도냐 지방에서 모금한 헌금도 직접 가지고 가서 예루살렘 교회에 전달하기도 하였다(행 17장, 20장. 참고 고전 6-7장). 당시 그레코-로만 시대에 예루살렘 교회가 지중해 전역에 걸쳐 있던 유대 그리스도교의 총본산이었기 때문이고, 그 교회의 중심에는 당대 최고의 영적 지도자들인 베드로와 야고보가 있었다.

베드로전서가 베드로후서 보다 신약성서 목록에 먼저 배치되어 있지만,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미 기록된 베드로후서와 유다서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베드로전서는 베드로후서의 기록을 알고 있었고 더구나 유다서에 의존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베드로의 순교가 갑작스럽게 전개되는 와중에 추종자들이 급하게 시신을 수습하면서 유품인 베드로서신도 당분간 그들의 손에 보관되어 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론의 배경에는 이른바 베드로의 순교설이 그 근거로 제시되는데, 베드로의 갑작스런 순교로 베드로서신이 일단 수습된 후 얼마간 감추어져 있다가 후대에 전해진 이유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습된 베드로의 유품이 한 세대 정도 지난 다음 베드로전서가 회람되기 직전에 이르러서, 베드로후서와 유다서를 토대로 서신의 내용이 보충되고 발전되어 지중해의 그레코-로만 소아시아 지역으로 보내졌다. 이런 연유로 베드로전서가 베드로후서와 유다서와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리스도인의 구원이 예수의 파루시아와 직결되고, 유대교의 가르침을 배격하고, 거룩한 삶을 살도록 권면하는 후대의 내용들이 등장한다.

베드로전후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고 있는 서신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베드로전후서가 거룩한 행동을 하도록 권면하는 서신처럼 보인다. 그러나 베드로전후서는 단순히 인간의 행동이 어떠해야 한다는 규범을 가르치는 서신이 아니다. 즉 흔히 베드로전후서를 주석하면서 선한 행동과 양심을 일깨우는 서신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만, 결코 행동과 양심을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서신이 아니다. 선한 행동과 양심보다 더욱 더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측면을 권면하는 베드로전후서는 영적이고 묵시적인 책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신지를 그리스도 공동체에게 말해 주면서 거룩한 행동을 하도록 권면하는 서신이다. 그러므로 베드로전후서에서 발견해야 할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이다. 즉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오심을 선포한다.

김광연  angel@cherald.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