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편견

①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보다 영어를 못한다?
일본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은 일본처럼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도 없다며 혀를 차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사람들이 길이라도 물으려고 영어를 사용하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어로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영어는 일본식 외래어로 바뀌어져 일본식으로 발음하지 않으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명한 햄버거 가게인 ‘McDonald(맥도널드)’의 경우, ‘マクドナルド(마쿠도나루도)’라고 발음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는다. ‘coffee’도 ‘ゴ-ヒ(고-히)’라고 해야 한다. 스마트 폰조차 ‘スマホ(스마호)’로 줄여 말한다. 이러니 도통 영어가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일본 사람들은 영어 발음이 어려워서 이렇게 풀어 말하나 보다, 혹은 구강구조상 f 발음이 안 되나보다 생각하며 역시 영어는 한국 사람이 잘 하는구나 마음속으로 조금은 우월감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외국인을 만났을 때 물어보니, 말도 안 되는 발음이라 흉보던 일본사람들의 영어나, 한껏 혀를 굴려 발음하는 우리나라 영어나 비슷비슷하게 들린다고 대답하는 바람에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언어는 발음이 문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 필요한 단어를 사용하여 소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에 대하여 지나치리만큼 발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번은  영어교육에 대해 꽤나 관심이 있다고 하는 수십 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일이 있었다. 모두에게 두 명의 영어 스피치를 들려주고 누가 더 영어를 잘 하는지 선택하게 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스피치에서는 혀를 한껏 굴려 빠르게 연설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두 번째 스피치는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콩글리쉬라고 할 만큼 발음이 무디고 딱딱하며, 심지어 속도도 빠르지 않은 남성의 연설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첫 번째 스피치를 좋아하였다. 발음이 부드럽고 영어를 매우 잘 하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두 번째 스피치에 대해서는 혹평이 이어졌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 하겠다며 점수로 매기자면 4-50점 정도라고 무시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원어민을 대상으로 똑같은 두 개의 스피치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모두가 두 번째 스피치에 95점 이상을 주는 것이었다. 사용하는 어휘가 격식에 맞고, 문법도 자연스러웠으며, 무엇보다 품격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의아해 하며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실험에 참여했던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드디어 스피치를 했던 주인공이 발표되었다. 첫 번째 남성은 교육을 별로 받지 못한 일반 미국인이었던 데 반하여, 두 번째 남성은 다름 아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들려준 스피치 역시 세계의 극찬을 받았던 유엔사무총장 기저 연설이었다는 사실에 한국 부모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언어는 생각을 전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내용이 충실하지 않다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 사람들의 영어 발음을 비웃기 전에 그들이 지니고 있는 국제적인 외교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우리가 쇄국정책을 강화하던 때에도 일본은 발 빠르게 근대적인 외무성을 설치하고 외국어와 국제법, 외교를 열심히 익혀 서구와의 외교 협상에 성공을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국제 변호사를 대거 파견하여 세계적으로 일본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 더 이상 발음만으로 일본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되며, 경제 불황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여전히 국제적인 입지를 놓치지 않고 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운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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