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촌초등학교 부장교사,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배추흰나비 키우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생명존중 프로젝트’가 끝나고, 7월부터는 ‘우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어느 학년이나 1학기 후반 쯤 되면 끼리끼리 노는 문화가 형성되는데 어느 무리에도 끼지 못하고 혼자 겉돌다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 아이들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일부러 미워하는 것도 따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붙임성이 많지 않고 소심한 아이의 경우에는 스스로를 ‘왕따’라고 생각하며 슬퍼하기 일쑤였다. 아이들끼리의 감정적인 문제라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나서서 중재하거나, 부모님이 간섭하는 것도 근원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마니또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니또’란 이탈리아어로 비밀친구라는 뜻으로 제비뽑기를 통해 내가 뽑은 친구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마음을 다해 잘 해 주는 놀이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재미 삼아 했던 놀이인데,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누군가를 남몰래 도와준다는 스릴감 때문인지 아이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무척 설레어 하는 눈치였다.
마니또 놀이가 교우관계 개선을 위한 선생님의 비장의 카드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이벤트라도 열리는 양 마니또 추첨을 손꼽아 기다렸다. 처음에는 여자는 여자를, 남자는 남자를 뽑기로 했다. 처음 해 보는 마니또 놀이에서 이성이 뽑히게 되면 소심한 아이들은 더 주저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한 사람씩 비밀 상자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뽑고 난 후, 그 밑에 자신의 이름을 몰래 적은 뒤 다시 추첨 상자에 넣었다. 입이 가벼운 친구들은 당장이라도 ‘네가 바로 내 마니또야!’라고 외치고 싶은 표정이었다. 마니또 규칙도 정했다. 첫째, 선물이나 편지로 마음을 전하되 선물은 절대 천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 둘째,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내 마니또와 함께 놀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화장실에 함께 가도 좋다. 셋째, 혹시 눈치 채거나 다른 사람의 마니또를 알게 되더라도 모른 척 해 준다. 넷째, 마니또 기간 동안 내 마니또의 장점을 10가지 이상 찾아내야 한다.
아이들은 아침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사물함이나 책상 속을 들여다보고 마니또가 몰래 넣어 놓은 선물이나 편지에 뛸 듯이 기뻐했다. 끼리끼리 놀던 문화가 사라지고 함께 어울려 놀게 되었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혼자라고 고민하던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얼마나 삶을 풍성하게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연히 시작된 마니또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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