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LIGHT & TRUTH CHURCH

1. 혼돈과 공허의 시(時)

단군이시여, 단군이시여
나를 써 주소서, 나를 밀어주소서!
중학교 시절, 한강을 찾은 나는 큰 소리로 단군에게 나를 써 달라고 외쳤다. 누가 들었다면 까까머리 중학생이 강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장난을 치고 있는가 웃음이 나왔겠지만, 나름의 진심을 담은 외침이었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독서 클럽 활동을 하던 중, 공자가 15살에 뜻을 세웠으니 우리도 이제 뜻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눴었다. 당시 우리 학생들 사이에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으셨던 역사 선생님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우리에게 단군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설득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조상인 단군에게 쓰임 받고 싶다고 소리지르며, 내 나름대로 인생의 뜻을 세워보려 했던 것이었다.
솔직히 중학교 때까지는 하나님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비슷하게 여겼고, 교회는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다니는 곳으로 무시했었다. 집안 자체가 전통적인 유교 가정에다 일가친척 중 교회 다니는 이가 한 명도 없는 분위기에서 자란 탓도 있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크리스천이었던 한 선생님께 예수님의 세마포가발견되었다는 이야기나, 노아의 방주에 대한 증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경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죽마고우의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고모님이 교회에 가자고 하셨다. 당시 교회 권사님이셨던 친구의 고모님은 교회에 가면 500원을 주시겠다고 했다. 지금 시세로는 자장면 두 그릇에 해당하는 값이었다. ‘한번 가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생전 처음 가보게 된 교회는 왠지 모를 거룩함이 느껴졌고, 찬양과 피아노 소리가 울리는 예배 풍경은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피아노를 너무나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배우지 못했던 나로서는 피아노 치던 여학생의 모습이 제법 예뻐 보였다. 그렇게 중, 고등부에 들어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며 하나님이 계신지 안 계신지 그 존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하고 싶었다. 내가 다니게 된 교회는 보수적인 성향이 가득한 장로교였는데, 자신의 마음에 소원이 있거나 죄의 문제에 시달릴 때는 금식 기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신앙의 기초가 없었던 나는 1주일간 무작정 금식 기도를 했다. ‘하나님이 계시면 그 존재를 알게 해 주세요.’ 막무가내였지만, 진심으로 기도했던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인지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이 계시구나 하는 알 수 없는 내면의 확신을 조금 갖게 되었다. 그 뒤로 신앙에 대해서는 백지 같았던 나는 매주 주일예배를 참석하고 학생회 임원과 성가대를 하며 점점 더 교회 내에서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일에 교회에서 구체적인 나의 삶과 연관된 가르침을 받지 못했던 나는 그 뒤로 모든 신앙적인 고민의 해결책을 금식기도로 여겼다.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기만 해도, 형제를 향해 나가라 하기만 해도 죄라고 하셨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 때마다 무조건 금식기도를 했다. 내가 존경하던 교회 고등부 선생님 중 한 분은 나의 금식 기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 그분은 항상 버릇처럼 ‘금식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셨다. 당시 내가 한창 자라던 시기였으니 그때 그렇게 자주 금식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보다 키가 5센치는 더 컸을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도 다 지나가던 무렵,내 일신상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아버지가 심각한 의처증에 시달리게 되신 것이다. 어머니가 바깥일이라도 보고 들어오실 때면 아버지는 이상한 망상에 시달리시면서 없던 일들을 마치 사실처럼 늘어놓으셨다. 어머니를 추궁하고 괴롭히시느라 집안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큰소리가 났다. 어머니는 유독 친밀했던 내게 그런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말씀하신 적은 없었지만, 어느 날 밤은 한창 공부하던 독서실로 아버지를 피해 나를 찾아오셨다. 심지어 그 날은 칼부림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생계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만 지내셨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내재되어 있던 나는 이 일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부모님으로 인해 나는 아버지와 함께 이미 결혼하신 큰형님 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어머니는 셋째 형님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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