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윤 집사
(우촌초등학교 부장교사,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지난 칼럼에서 공부는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억지로 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일은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면 그 순간은 결과가 나타나고 발전하는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오히려 퇴보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필자도 5살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무서운 피아노 선생님 때문이었는지 2년도 안 되어 그만 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좀 더 흥미를 느낀 뒤에 시작했다면 좀 더 오래 피아노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언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는 3살 때 이미 알파벳을 떼었다고 자랑하며 서로 눈에 안 보이는 경쟁을 한다. 외국에 보내야만 성공한다고 하여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연고지도 없는 타국에 어학연수나 유학을 보내는 것도 이미 일반화 되어 버렸다.
  아이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교육열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물론 치열해지는 입시와 취업난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행복 따윈 운운할 수 없다고, 문제 하나만 틀려도 1등급에서 밀려나버리는 현실을 외면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교육이 변화하려면 입시제도나 평가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에는 필자도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제도가 변할 때까지 아이들의 행복을 담보로 잡고 불행을 합리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작은 두드림일지라도 아이들의 끊임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꿈을 향해 행복한 도전을 스스로 시작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최근에 생긴 말 중에 ‘수포자’ ‘공포자’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한 없이 아려온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벌써 수학을 포기했다는 말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수학을 도저히 감당해 낼 능력이 없어 스스로를 수포자(수학 포기자)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답답한 수학 시간을 마냥 견뎌야 한다. 공포자(공부 포기자)는 더 심각하다. 선생님의 얼굴보다 책상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아이들.....  왜 아이들이 공부를 포기해야만 할까?  그것은 공부=점수,성적,경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 교육’ ‘모두가 행복한 혁신 미래교육’ 등 지금까지 교육과정에 명시된 교육의 목표는 모두 행복을 지향하는 교육이었다. 이제는 말 뿐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가 체감할 수 있는 행복 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의 경영 전략 속에도 바로 이런 즐거움(Fun 경영)이 존재한다. 긍정적인 정서와 행복감을 갖게 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빨라지며 창의력과 상상력도 풍부해 진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도 이제는 고통을 감수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즐겁고 신바람이 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화려한 스펙만이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앞으로는 얼마나 자기의 일을 즐기고 행복하게 도전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교사와, 아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믿어주고 너그럽게 기다려 줄 수 있는 부모의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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