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교회, 개혁자 루터에게 길을 묻다

기독교윤리학회 정기 학술발표회가 지난 4월 23일에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마틴 루터의 신학과 윤리”라는 주제로 열렸다. 
먼저 “루터의 개혁사상과 한국 기독교”의 제목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박충구 교수(감신대)는 500년 전 개혁자의 신학이 지금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와 방향을 주는가에 대해 심도 있는 발제를 했다. 발표자에 의하면 루터 르네상스는 루터 이해에 있어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했다.
첫째, 우선 독일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비스마르크 이후 독일의 통일과 더불어 형성된 독일 국가주의의 흐름 속에서 16세기 루터 신학 사상의 보편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근대 유럽 문명의 사상적 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지배적이었다.
둘째, 이에 비하여 루터 사상의 전근대성, 즉 중세적 잔재를 지적하면서 르네상스 휴머니즘과 계몽주의를 통한 근대성의 확보 내지는 교정이 필요한 사상으로 보려했던 시각이 있었다.
셋째, 1945년 이후 나치즘의 출현에 대한 루터의 책임론과 더불어 루터 사상의 한계와 공헌점을 새롭게 논의하면서 루터의 두왕국설의 분리주의적 적용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구체적 현실 속에서 개인-사회의 윤리적 지평의 이원성을 실존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 전개되었다. 
이어서 감신대의 이형규 교수가 “루터의 정치사상과 근대 국가의 주권(Sovereignty) 개념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발표자는 루터의 정치신학이 근대 주권국가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근대 주권국가는 인류의 해방에 기여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자결권 (self-determination)은 아우크스부르크 평화조약의 핵심적 사상이며, 주권(Sovereignty)은 베스트팔렌 조약의 핵심이다. 이렇게 루터의 개혁사상은 근대 주권국가 형성에 기여했다.
계속된 세션에서는 이동춘 교수(장신대)가 “루터 신학에서 발견되는 ‘종교/신학의 탈정치화’의 모순적/역설적 변명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발표자는 대부분의 루터 연구가 루터의 탈정치화 선언에 문자적 이해를 둔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탈정치화 해석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루터는 당시 정치의 중심이자 재생산지인 교황과 교회에 저항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학을 향해 탈-비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도 의미도 없다고 발표자는 주장하며 지상에서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천상에도 ‘비정치적인 신학/교회’는 없다는 몰트만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계속해서 최경석 교수(남서울대)가 루터의 경제윤리에 대해, 이근식 교수(감신대)가 루터의 덕의 윤리에 대해, 마지막으로 이지성 교수(루터대)가 루터의 두 왕국론과 칭의론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들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박충구 교수의 논문은 루터의 신학과 윤리에 대한 연구 흐름을 명확히 분석했고, 이형규 교수의 논문은 루터의 정치신학이 ‘주권’이라는 근대적 개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다루었다. 이동춘 교수의 논문은 루터를 탈정치화 또는 비정치화하는 시도에 매우 설득력 있는 반대 논거를 제시했다.
반면 소위 ‘보수신학’이라 불리는 진영에서의 참여와 발표가 없던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보인다.
안계정 신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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