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유럽은 현대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기까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형성되는 산업사회시대가 삼사백 년 이상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초고속성장을 통해 그 속도를 십분의 일로 단축하였으며,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추는 등 급격하게 지식정보사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속도는 앞질렀고 노하우는 부족하다. 따라서 이 모든 리스크(risk)들이 반복적으로 오버랩 되면서 시행착오가 되어오고 있으며 당분간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SNS 로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면서 여러 폐해들이 속출했고, 단순한 글이 아닌, 그리고 개인 대 개인의 관계로 이어지는 단계를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프로그램으로 인한 갈등과 심각한 사회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단속하려는 운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고, 민간에서도 이를 위한 여러 행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신분노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소통은 범죄를 수반하거나 모욕적인 일들을 행하려는 미혹에 빠져들게 하는 문화가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부정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식정보사회에 진입하면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고 상처받은 심령을 치유하고자 내적치유사역과 “관계”라는 단어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게 되었다. 예배와 양육, 봉사와 전도 등을 통해 관계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는 회의에 임할 때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회의를 “일정한 형식·규칙을 준수하면서 개별 의제를 다수결원리하에 능률적으로 결정해 나가는 진행 절차”로 정의하고 있다. 다수결원칙이 민주주의의 방법으로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사람을 중시하는 교회공동체에서 이 원칙을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니 작고하신 한국의 성인으로 불린 어느 목사님은 제안을 했다가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다음 달로 계속 미루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다수결원칙에 의해 결정했다면 해당 의제를 탐탁하지 않다고 여긴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바와 같이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는 생리적인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이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1년에 배출하는 박사학위 수여자가 1만 명이 넘는 시대일 만큼 학력이 높아졌고 변화가 빠르며 소득이 높아진 시대여서 먹고 사는 문제보다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 시대라는 것은 누구도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한다. 시너지라는 말이 회자된 지 십 수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 우리는 여전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에 동의하며 협업을 쉽게 구현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필자도 삼십 여년 목회를 하면서 가장 자신에게 답답했던 것이 회의문화였다. 담임목사가 의제를 내면 동의하는 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보다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시작이 되면 이야기를 먼저 꺼낸 분과 적대감을 갖지 않기 위해 의견제시를 피하게 된다. 그래서 대단한 철학과 목적이 담긴 것도 아닌 상식선의 문제조차 유야무야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회의참여자의 문제일까? 어찌 되었건 필자는 리더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결과 회의에도 회의공학적인 프로세스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일이 필자의 새로운 사역이 되었다. 함께 프로세스를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면을 통해 프로세스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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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