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목사님은 그 일이 불법이며 그것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엇에 홀린 듯 결국은 그 땅을 목사님의 이름으로 등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그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던 여성 장관이 그 목사님과 똑같은 방법으로 땅을 산 일이 들어나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은 그것이 바로 “위장전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심각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위장전입 때문에 목사님의 주민등록은 엉망이 되고 맙니다. 당시에는 주민등록을 수기(手記)로 기록할 때였습니다. 그분의 이름위에 붉은 색으로 두 줄이 그어지고 그 옆에 1984년 용인으로 전출되었다는 기록이 남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땅 등기를 마치고 나자 주민등록을 다시 서울로 옮기게 되었는데, 주민등록상에는 용인에서 전입했다는 기록이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민등록을 뗄 때 마다 그 곳에서 ‘이놈은 위장전입 한 놈’이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전과자가 되고 만 것이었고, 이것은 그분에게 고통스러운 고문과 같았다고 했습니다. 목사님은 그 땅을 산 일로 평생 부끄러운 존재가 된 것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땅을 팔아서라도 그 전과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전과는 그분에게 사망의 굴레와 같았고, 그는 그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목사님의 ‘참회의 글’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죄의 값이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죄는 우리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고통당하게 만듭니다. 이분이 얼마나 후회스러웠으면,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고 썼겠습니까? 아마도 용인이 개발되면서 땅값은 올라갔을지 모르지만, 목사님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심적 고통을 당해야 했고, 명예에도 크나큰 손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소한 일이라도 기도하면서 잘 결정해야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이 그것이 위장전입이 되고, 자신의 말 대로 평생 전과자가 될 것을 알았더라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목회에 오명을 남길 그런 일이 될 줄 몰랐던 것이 화근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말 한마디를 해도, 행동하나를 해도, 후회함이 없도록 바르게 잘 결정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목회자의 능력은 ‘정직’ 에 있습니다. 정직한 목회자는 교회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언제든지 떳떳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무슨 주제로 설교를 하든지 큰 소리로 자신 있게 설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한 목회자는 항상 불안 합니다. “혹시 교인들이 나의 부정직함을 알게 되면 어쩌지?” “혹시 저 사람들이 내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전부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다 보니 마음에 두려움이 있고, 담대함이 부족하며, 스스로의 죄책감에 ‘정직’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교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사님의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책에 그대로 기록한 것을 보면서, 책속에 글로 써서라도 자신의 치부를 회개하고 뉘우치며 되돌리고 싶어 하는 그 목사님의 마음이 남들과 다르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목사님의 뼈저린 경험을 교훈삼아, 하나님 앞에서도, 교회 앞에서도, 정직한 목회자 되어, 항상 큰소리치며 담대하게 설교하는 목회자가 되어야겠다고 재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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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