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안, 한 끼 해결하려는
교인 아닌 사람들도…

인도의 향신료는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향신료가 집집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경험을 통하여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는데 이런 무한대의 맛을 ‘마살라(Masala·혼합 향신료)’라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인도음식은 커리와 란ㅡ밖에 모르지만 마살라는 생각만으로도 그윽하다. 다양한 맛은 다양한 문화의 다른 이름이니까, 우리가 일주일을 살았던 펀잡시, 그 멀지 않은 곳에 시크교의 성전인 황금사원이 있었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6위라던가, 펀잡을 떠날 때 너무 아쉬워서 푸념을 버무려 기도하기도 했다. ‘저 황금사원 가보고 싶은데....주님 아시지요.’
다시 일곱 시간 여 차를 타고 델리로 나왔다. 델리는 먼지 많고 사람 많고 쓰레기 많은 도시였다. 당연히 소는 그 번잡한 도시에서도 틈틈이 길을 가로막곤 했다. 정말 복음이 필요한 곳이었다.
낯선 경험이 여행의 묘미라면 스물네 시간을 타는 기차여행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인디아에서의 유일한 여행시(旅行時(?))였다. 더군다나 가장 좋은 침대칸이었다. 창밖으로는 내 생전 다시는 보지 못할 풍경들이 스쳐지나갔다. 비가오기도 했고 그치기도 했으며 산도 보였고 끝없는 평야가 계속 되기도 했다. 차안에서 네 끼를 먹고 꼬박 하루를 지낸 뒤 오릿사의 수도 부바네스와르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밤새내 차를 타고 다음날 새벽 도착한 곳 칸다발은 시누이가 후원한 교회가 있는 시골이다.
인도는 법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지만 2008년 힌두교 축제 때 거센 폭동이 일어난 도시 칸다발. 기독인을 살해하고 교회건물을 불태웠고 엄청난 수의 기독 이재민이 발생한 곳이다. 귀국하기 위해 하룻밤을 잤던 수도 부바네스와르에서는 칸다발 지역에서 살수가 없어 떠나온 사람들끼리 모인 슬럼가 예배당이 있었다.
고향 칸다발의 땅과 나무숲이 그립다는 증언은 회한을 가득 담은 시처럼 다가왔다. 에어컨과 와아파이가 되던 펀잡은 양반이었다, 천정에 달려있던 선풍기라도 쉬지 않고 돌아야 할 텐데 툭하면 전기가 나갔다. 짐을 채 부리기도 전에 우리를 마중 나와 있던 시빌 목사님의 교회로 갔다. 나중에는 길도 아닌 길을 차가 마구 달렸다.
비가 오락가락 하던 길 어딘가에서 결국 바퀴가 빠졌고 내려서 다시 한참을 걸었다. 여전히 창문 없고 전깃불 없는 예배당 안에 사람은 가득 모여 있었고ㅡ 한 끼 해결하려는 교인 아닌 사람들도 많다고ㅡ 우리를 위해 몇 개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있다. 앞쪽으로는 얼핏 보기엔 모기장처럼 얇아 보이는 구멍 난 천이 깔려 있었고 뒤에는 여전히 흙바닥이었다. 오리사는 절대 빈곤층이 60%를 넘는다고 한다. 예배 후 나뭇잎으로 만든 커다란 접시에 밥과 나뭇잎으로 만든 대접에 멀건 커리 국물, 귀한 손님이라고 자신들이 먹은 음식 외에도 감자와 달걀이 삶아져 나오곤 했는데 비위가 썩 좋지 못한 나는 주로 감자와 달걀을 먹었다. 예배가 끝나고 우리랑 동행하던 시빌 목사님ㅡ그는 딸 다섯에 창문도 없는 교회 옆 움막...아니 마치 굴처럼 보이는 집에서 장모장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ㅡ 바닥에 깔았던 천을 둘둘 말아 들고 나왔다. ‘아니 왜요?’ 물으니 ‘이웃집에서 ‘렌트’를 했어요. ‘ 유구무언이었다. 그날 밤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니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던 풀씨가 바짓단에 가득 붙어있었다. 아 너도 한국에 가고 싶은 거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에…….       

위영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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