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를 기념하는 추모예배

 지난 1월 16일에 프리지던트호텔에서 오랜만에 정든 사람들과의 해후가 있었다. 흔히 정든 사람들이라면 일가친척이나 각종 학교 동창들을 떠올리지만 금번의 모임은 동부성결교회 출신들과의 만남이어서 아주 특별한 행사였다.

 동부교회가 안암골에 있기에 모임 명칭도‘안암골기림회’라고 했지만 모이고 보니 거의가 고 황예식 목사님의 동부교회 목회시절 1970년대의 출신들이어서 자연히 안암골기림회는 황목사님 추모하는 일을 지향하게 될 듯하다.

 필자는 1968년부터 1972년까지 동부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사하였으며 내자도 동부교회에서 만났는데 우리 부부의 교제도 황 목사님 사모의 주선으로 이루어졌고 전도사 시절엔 황 목사댁에 한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출입하였기에 필자에게는 남다른 정감과 추모의 정이 짙다.

 사실, 그 당시는 황 목사 내외가 충청도 토박이 인심으로 모든 신자들을 가족처럼 대하여 후덕하고 폭이 넓은 분이어서 교역자뿐만 아니라 성도들의 출입이 잦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안암골기림회의 하례식 순서지 뒷면에 소개된 황예식 목사의 약력을 세심히 관찰하는 가운데 그분은 남들은 선견지명을 가지고 선구자적인 사명을 담당한 발자취가 나열되었음에 새삼 놀랐으며 필자의 기억을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어 주마등이 스쳐가듯이 회상하게 되었다.

 황 목사는 1968년 말경 동부교회 부임하여 1982년 미국으로 진출하기까지 12년간 목회하였고, 1932년에 충남 삽교에서 출생하여 1983년에 소천되었으니 51세에 세상을 떠난 짧은 인생이요, 동부교회 목회기간도 길지 않건만 그가 남긴 흔적은 너무나 위대하고 감히 범인들이 상상도 못한 업적으로 빛났기에 추모의 정이 더욱 짙어간다.

 황 목사의 목회 성향은 양지에 있는 자들 보다 음지에 있는 약자나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데 특징이 있었다.

 당시 군목에 대한 교단적인 배려가 없을 때에 최초로 군목 후원을 착안하여 임철재 군목(당시 중령)을 지명하여 군 선교 후원을 시작함으로 이 후원 사업이 독립문교회(임영재 목사)로 파급되고 전 교단으로 번지게 하였다.

 그리고 무의탁 사병들을 서울로 초청하여 위로 행사를 하였고 낙도의 어린이들을 초청하여 서울 견학을 시켜준 일은 그 당시에는 교단 내에서 최초 실시한 따뜻한 사랑의 전달 사업이었다. 또한, 양동춘 목사를 주축으로 동부교회 청년들이 시작한 불우시설 돕는 베데스다선교회 태동시에 성원하여 오늘의 사단법인 베데스다선교회로 정착케 하였으며 농어촌 교역자들이 업무차 상경하는 경우 숙식을 제공하면서 안방을 사랑방으로 개방하였기에 지금도 그 고마움을 서산의 최용만 목사나 한두순 목사가 고맙게 여기고 있다.

 황목사는 정의로운 일에 앞장서고 새로운 모임의 창업에 용감하게 참여하고 창립의 산파 역할을 한 것이 돋보였다.

 한국기독교신풍운동은 1970년대 유신헌법에 반대한 40대 기독교 지도자의 모임이었는데 성결교회를 대표하여 창립에 참여하였고 고 김찬국 박사와 함께 한국 교도소 성서 보급 선교회도 창립하였고 서울 신대 50기 동창들의 중지를 모아 서울신학대학교 총동문회의 준비위원장 역할을 잘 감당하여 창립의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교단 내에서 당시 음악목사 제도는 상상도 못하던 시기인데 장시춘 목사를 음악목사로 청빙한 일과 교단 특수선교부에 자원 가입하여 가장 낙후된 특수선교부의 중흥에 공헌한 것을 원로 안창건 목사나 정성구 목사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황 목사의 또 한가지 큰 업적은 인재양성에 주력한 흔적이다. 그의 직,간접의 영향으로 교단 안팎 국내외적으로 알려진 사명자는 부지기수이다.

 미국에는 강준민목사(동양선교교회), 이정근목사(유니온교회), 최춘호목사(로고스교회), 박승로목사(애틀란타 예은교회), 민우석선교사(멕시코선교)등이 사명을 우수하게 감당하고 있다.

 국내는 필자(전서울신대총장), 김운태목사(전교단총무), 양동춘목사(베데스다선교회대표), 백수복목사(성결교회역사와문학연구회상임대표), 황규식목사(수지산성장로교회), 안석구목사(대광교회), 이차숙박사(경원대학교교수), 문영혜교장(한서초등학교)등은 필자와 같은 심정으로 황목사님을 추모하고 있다.

 황목사는 소천되셨지만 그의 사명을 계승하여 황예행 선교사가 멕시코선교의 대모역할에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장남 황성은 목사의 멕시코 특수선교사역과 차남 황성국 장로의 뉴욕소망교회 충성 및 서울신대이사로서의 봉사도 우연한 일이 아니고 부친의 사명을 계승함이 아니겠는가?

 황 목사가 생존하셨으면 금년이 희수(喜壽/ 77세)이기에 이때에 안암골기림회가 태동되고 그 모임 창립의 첫 행사로 3월 5일에 황 목사 추모예배가 드려지기에 추모의 정을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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