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 (세잔) “나무는 한겨울인 지금도 벗은 몸으로 서로 존중하며 의연하게 '홀로'이면서 숲이라는 '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 영) 몇 년 전에 공근혜 갤러리에서 열린 정승희의 <풍경> 전시회의 입구에 쓰여 있던 문구입니다. 세잔 아래 위영 이라니...제겐 도무지 잊을 수 없는 풍경이죠. 그는 사물의 본질을 그리고 싶어 했어요.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이 의식하는 풍경을 그리고 싶어 한 거죠. 당연히 저는 세잔의 의식에서 내안에 계시는 성령님을 떠올렸어요. 내 뜻, 내 맘대로가 아닌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 하는..... 본질은 결국 서로가 통하는 거죠.
 인류의 역사를 바꿔놓은 삼대 사과를 아시는지요. 하와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를 말합니다. 세잔의 사과는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사과인데 피카소는 세잔의 사과를 평생 연구했다고 해요. 사과 몇 알로 세계를 평정한 거인, 마흔일곱의 나이에 세잔은 고향인 엑상프로방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치열하지만 고독하게 자신의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는 모든 대상을 단순화 했고 기본적인 형태로 집약했어요. “자연의 모든 형태는 원기둥과 구, 원뿔로 이뤄졌다”는 세잔의 이론은 미술의 잠언입니다.
 해발 1100m 높이의 생트 빅투아르 산을 그는 평생 그렸습니다. 산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그토록 많았던 것일까요. 다정도 병인양 하며 그리워만 하다가 처음으로 그와 친견을 했습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오르세전이 열리고 있는데 세잔의 그림이 무려 3점이나 왔거든요. 그의 ‘생트 빅투아르 산’(1890년경 제작)을 보는 순간 정말 가슴이 떨렸어요. 인터넷이란 요술만화경에 의해 좋아하는 그림들을 날마다 보며 살지만 실제로 세잔이 표현한 쌩트 빅투와르 산을 바라보다니... 겨우 삼십분 정도 차를 타고 와서 세잔을 만나다니....이렇게 느긋하고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니...그는 형체는 단순화 시키면서 색은 더욱 다양하게 사용했어요. 그래서 그만이 지닌 독특한 원근법과 입체감은 교직과 교차...즉 보이지 않는 것 까지 상상하게 하는 힘을 지닌 것 같더군요. 작은 나무들에 둘러 쌓여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눈부십니다. 그가 그린 하늘과 산의 능선...그리고 그 다양한 색들...그래선지 하늘의 빛깔은 하늘이 지닌 수많은 하늘을 거기 모아둔 것처럼 보였어요. 참으로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색으로 구분된 형태는 오히려 형태를 선명하게 나타낸 것보다 더 강렬해요.
 세상 사람은 두부류로 나눠진다고 누군가 그랬죠.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본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 저라면 세잔의 생트비투와르산을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으로 나누겠어요.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展>은 팔월까지 합니다.  
              
<행신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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