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수 장로, 죽음 세 번이나 비껴간 체험 후 열정적 복음 전파

장소: 아현교회

대담: 박병득 편집국장

기사 및 사진: 양진우 취재부장

총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서울서지방회 장로회 회장 직을 맡아 교단을 위해 충성하면서 동시에 전국으로 간증 집회 인도를 하러 다니는 양동수 장로(아현교회)를 만나 그의 인생 체험에서 우러 나오는 깊은 신앙 세계에 대해 들었다.

장로님은 실미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유명한데, 이처럼 공개할 수 있었던 계기는요?

해마다 현충일인 6월 6일과 8월 23일이 되면, 서울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갑니다. 비석에 이름만 남아있는 18명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인 실미도에서 저를 세 번이나 살려주신 하나님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서 갑니다.

저는 실미도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1971년 8월 23일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죽음이 세 번이나 비껴간 기적의 날이니 말입니다.

그 이후 건강을 되찾은 1972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2천여 회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과 은혜의 섭리를 증거 해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실미도’라는 실명을 얘기할 수조차 없었고, 단순히 군대생활 속에서의 극적인 생존에 관한 내용만을 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영화 ‘실미도’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체를 드러내자 저도 덩달아 실미도에서 총상을 당한 기간병 중 유일한 생존자로 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입니다.

실미도 부대가 만들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실미도’는 60%이상 허구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영화 촬영 때 강우석 감독과 식사 한번 한 것 밖에 인연이 없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오히려 ‘실미도 생존 인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져 복음 전하기가 훨씬 더 쉬워졌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1970년 2월 군에 입대하여 그 해 10월경에 실미도로 차출됐습니다. 실미도에서는 1968년 4월 창설됐다고 해서 ‘684부대’로 불리던 암살특공부대가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로 침투하려 했던 북한 124군 무장공비 침투에 대한 보복 조치로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수부대였습니다.

여기서 특공무술교관과 조교로 있으면서 휴게실 책임자로 근무를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육지로 나가 보급품을 수령하거나 필요 물품 등을 구입하는 출장의 임무를 맡았었습니다.

저희는 북한의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해 대북 특공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영화에 나왔던 훈련이나 교육의 장면보다 10배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었지요. 실제로 훈련을 견디다 못해 죽은 훈련병도 있었으니까요.

실미도 사건의 발단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3년 4개월 동안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혹독한 훈련을 견뎌왔는데, 남북 대치국면이 완화되면서 북파 공작의 가능성이 약해지자 훈련병들이 집단행동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으로 그려졌었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있던 그 전날에 회식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음주가 허가됐습니다. 어쩌면 음주가 부른 화였는지도 모릅니다.

교육대장이 고민을 하다가 음주를 허가했고 기간병과 훈련병들이 사고 나던 날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으니까요.

그날 새벽 6시에 실미도의 훈련병들이 일제히 기간병들을 공격했습니다. 훈련병들이 교육대장을 쇠뭉치로 머리를 쳐서 살해한 후, 실탄을 빼앗아 인정사정없이 쏘아대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난 간증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훈련병 하나가 쪼그려 쏴 자세로 나를 겨누고 있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총알이 날아와 저를 쓰러뜨렸습니다.

총알은 뒷목 중앙으로 들어가 왼쪽 쇄골 위로 관통했고, 그 자리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보니 목에서는 엄청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기간병들이 훈련병들에게 쫓기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실미도에서는, 적을 사살한 후 반드시 두세 번 확인사살을 하도록 훈련을 했었기 때문에 저는 그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내게로 다시 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나 피를 흘리면서 바다를 목표로 뛰었습니다.

바다를 향해 가다가 총상이 너무 고통스럽고 기진맥진해 바위에 기대어 있었는데, 멀리 훈련병이 그가 흘린 핏자국을 따라 쫓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훈련병을 보면서 ‘이제 죽었구나’ 싶으면서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다니엘의 기적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눈을 감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다니엘의 기적을 믿습니다. 사자의 입을 막고 풀무 불을 막아주신 하나님! 저 훈련병의 눈을 가려 주십시오!. 훈련병 눈을 멀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습니다”라고요. 훈련병의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주변에는 내 몸을 가려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훈련병은 내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갔습니다.

밀물이 들어와 바닷물 속에 들어가게 되면 출혈이 더 심해질 거 같아 바닷물 가운데서 다시 섬으로 나와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나무 한그루 없던 실미도에 숨을 곳이란 없었습니다. 한참 후 이번에는 두 명의 훈련병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이번에는 두 명입니다. 저들의 눈도 보이지 않게 해주세요”라고요.

평생을 전도사로 고생하시던 어머니를 보며 자랐기 때문에 목사님은 안 되지만, 살려만 주시면 평생을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서원의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훈련병 두 명이 제가 엎드려 있는 곳 까지 와서 한참이나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아니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10시간이상 거기에 엎드려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갑자기 실미도 상공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고 바다 멀리 부대에서 운영하는 쾌속정의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상황을 알지 못했던 저는 바다로 뛰어들어 쾌속정을 향해 헤엄쳐 갔습니다.

바닷물에 들어가니 목에서의 출혈은 더 심해졌고, 쾌속정에서는 저를 폭탄을 안은 훈련병으로 오해해 집중사격을 가할 뻔 했었습니다. 마지막 위기의 순간까지 하나님께서 모두 막아주셔서 그는 겨우 군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병원장이 말하기를 총알이 척추를 맞는 순간에 꺾여 실핏줄과 근육 사이사이로 빠져나갔다면서, 총알을 1~2mm만 위, 아래로 맞았어도 즉사하거나 반신불수가 됐을 거라며 ‘자넨, 하나님이 살렸네!’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야말로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이고 기적이었습니다.

사건 당시 그 시간에 어머니가 뜨거운 기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실미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던 그 순간에 어머니는 온몸이 피투성이 되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저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 즉시로 어머니는 일어나 교회로 달려갔고, 어떤 상황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하나님께 아들을 살려달라고 눈물의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간절한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1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 생명을 덤으로 얻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신앙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그 후로 39년간 중등학교에서 조교로 시작하여 평교사로부터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 까지 교직에 몸담았고,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를 다니면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기적의 섭리를 간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미도에서의 생존 실화를 담은 ‘자넨, 하나님이 살렸네’라는 간증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간증을 할 때마다 그날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쳐지는 고통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간증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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