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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최근까지 종교·신념 등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은 723명에 달했다. 국적별로는 한국인이 전체의 92.5%인 669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평화와 생명을 사랑하는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거나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주제이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담론을 고민하는 것에 있어 크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단 ‘여호와의 증인’이다.
한국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소속 신자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처벌받은 여호와 증인 신도들의 수는 이미 1만 명을 상회한다고 전해진다.
여호와의 증인은 분명한 이단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다수가 이단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객관적인 사실 자체를 논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샘이 된다. 기독교윤리는 너무도 당연한 인권의 문제를 이단이라는 색안경으로 바라봄으로써 양심적 병역거부의 논쟁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왜곡하는 현실 앞에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하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는 악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기 위해 아기까지 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것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인권과 생명존중, 평화사랑 등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의 본질을 회피하거나 덮으려는 방편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금이라도 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대해 신학적이고 양심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갈 때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예수 따르미들은 전쟁이나 폭력을 거부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쟁이나 폭력은 우리가 믿는 신앙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강제하는 의무와 성경에서 가르친 양심 사이에 간격이 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분단과 냉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고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가 국방의 의무라며 ‘병역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총을 들고 군사훈련에 임하는 것만이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를 위해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체군복무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병역은 신앙 양심에 반하는 행위이기에 거부하는 것이지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는 일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총’ 대신 다른 ‘사회적 봉사’를 요구하고 있다.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만큼 그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섬길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대체군복무제도의 구체적 활용 방안은 사회적으로 논의한다면 합리적 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실현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들에게 국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감옥에서 3년간의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유익하지 않다. 양심에 반하는 일이기에 거부했다고 처벌이나 형벌을 행하는 일은 인권에 대한 모독이며 ‘양심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도 반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유엔이나 세계인권위원회에서 양심에 반하는 처벌 행위를 금하고 대체 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그에 따른 대체 복무제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을 제안해 본다. 신학적으로 하나님은 전쟁이나 폭력을 연습하거나 행하는 일을 원치 않으시는 평화의 하나님이시다. 평화와 생명사랑은 실천적인 그리스도인의 윤리적인 면에서 ‘원수’와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있어서도 꼭 지켜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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