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지방 은곡교회
전경진 목사
나는 작은 교회 목사다. 세례교인 100명도 안 되는 교회다. 그러나 지방회 대의원들께서 예쁘게 봐주셔서 오래전에 지방회장도 지냈고, 총회도 10여 년 전부터 거의 참석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교단이 겪은 고생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것도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고 물어보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모두가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떨리는 심정으로 총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참석했다. 그 소감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객관적으로 말해보려고 한다.
제107년차 총회는 나의 영적 고향이며 우리들의 선지학교인 서울신학대학교 성결인의 집에서 개회되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정하고 개회예배를 드렸다. 기도시간이다. 깜짝 놀랐다. 모 장로가 대표로 기도했다. 어떻게 온 세계 성결인이 지켜보고, 성결인들이 모여 드리는 예배에서 개인을 질타하는 내용의 기도를 감히 하나님께 드릴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우리의 잘못을 회개하며 울면서 눈물로 하나님께 탄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얼마 전 교단 정상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75동기회장 자격으로 기도할 기회가 있었다. 울먹이며 가슴 아픈 기도를 드린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자, 내 잘못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교단을 위해 기도할라치면 답답한 가슴을 어떻게 할 길이 없다. 그저 한숨만 나올 때가 많다.
다시 총회로 가보자. 모든 보고들이 보고서에 나와 있지만 누가 그것을 일일이 읽어보고 질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읽어본들 어찌 총회석상에서 금방 이해가 된단 말인가! 소위원이나 항존위원이나 교단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알수 있는 정도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중요한 것만 질문하지 왜 만날 기싸움을 하는지 모르겠다. 파워게임은 언제나 중단될 것인가! 교회에는 하나님이 계시는데 교단 정치에는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다.
대부분이 대의원을 1년을 기다려 총회에 참석한다. 적어도 지교회 세례교인 400명을 대표하여 아니 800명을 대표하여 참석하는 지방회 파송 대의원들이다. 대부분 대의원들이 지방회 정·부회장을 역임한 사람들이다. 누가 그만한 것들을 모르겠는가! 발언권을 얻어 말하겠지만, 그만큼은 누구든지 말할 수 있다. 특별한 말도 아니면서 특별한 척하는 못난 대의원들이여!
총회를 진행하는 단상의 임원들도 다 지방회장을 역임하고, 여러 가지 회의들을 진행해 왔을 텐데 왜 그곳에만 올라가면 그렇게도 소인배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곳에 올라가면 멘붕이 되는 것인가? 1년을 기다려 온 총회 대의원들은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다. 지교회에서 고생하며 목회하는 목사들이나, 지극 정성 교회를 섬겨 온 장로들, 모두가 총회를 통해서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총회는 알권리와 말할 권리가 원천봉쇄된 것 같았다. 총회 석상에서 결의하여 위임한 각종 위원회는 소상하게 모든 대의원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의장은 반드시 그런 권리와 의무를 대의원들과 위원회가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난 총회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총무문제로 인해 생겨난 전권위원회의 보고는 더욱 그렇다. 의장은 대의원들이 다 안다고 했는데, 내가 좌중을 다니면서 물어보니 모르는 대의원들이 의외로 많았다. 알아도 무엇이 사실인지를 몰랐다.
그런데 둘쨋날 개회 벽두부터 신임 총회장은 대통합을 들고 나왔다. 대통합! 참으로 좋은 단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잘못한 것이 있는데 그냥 덮는 식의 통합은 통합이 아니라 봉합이다. 상처를 놔둔 채 봉합하면 언젠가 상처가 곪아 터져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진정한 회개와 진정한 용서가 진정한 대통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죄인이다. 너도 죄인이다. 우리 죄인들끼리 회개하면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엉엉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렇게 하면 대통합은 자연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이번 대통합은 억지 통합이다. 상처를 안은 대의원들이나 당사자들이 상당수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기도 많이 하겠지만 걱정이다. 고민이다.
할 말이 참으로 많지만 한 가지만 말하고 하나님을 뵈러 성전에 올라가야겠다. 신임 총회장 중점사업으로 작은교회 살리기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다. 그 일을 위해 0.5% 총회비 인상! 좌중에서 자존심 얘기도 오고 갔다. 빡세게 훈련받고 월 100만원! 결국 부결되었다. 서울신학대학교발전을 위한 총회비 0.5%인상,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 운영을 위한 총회비 0.35%인상. 모두 부결되었다. 다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부결되었다. 운영의 미숙, 자원 확보의 열정 결여 등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들리는 많은 목소리는 총회와 본부에 대한 철저한 불신 때문이다.
알권리 ? 말할 권리를 원천봉쇄 당하면서, 지교회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당해 연도임원들의 좋은 결과 보고만을 노리는 얄팍한 의지에 이제 대의원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억지 대통합이 찬성 쪽으로 기운 것도 이와는 상관이 없고 관심 없는 대의원들의 체념한 결과인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총회비 삭감이라는 안건이 나왔다면 전원기립 박수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교회는 총회의 몇몇이 운영하는 교단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글을 맺어야 겠다. 나는 태어나서 서울신대 4학년 까지는 구세군교회 출신이다. 아버지는 구세군의 역량 있는 지도자였다. 허나 ‘성결’이라는 단어가 좋아서 성결교단에 왔다. 이제 30년이 넘었다. 그런데 지교회는 모르겠지만 교단총회나 권세자들은 결코 성결하지 못한 것 같다. 인신공격이 아니다. 우리들의 고민이다. 아직도 파벌이 있고, 사조직이 있고, 선거도 깨끗하지 못하다. 그리고 그토록 열망하는 성숙한 의회문화가 꽃 피지 못한다. 성(聖) 총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성결성 회복이 어렵다면, 적어도 인간성 회복만이라도 하자! 성결이 어렵다면 정직이라도 하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아니던가! Holiness Church!
또 1년을 기다린다. 앞으로 나는 총회를 매년 나간다손 치더라도 10번 조금 넘을 정도의 기회가 있다. 나가면 꼭 할 말이 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오히려 법은 힘 없는 자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그리고 법보다 더 귀한 가치가 하나님 나라의 정의라고, 진리라고…. 주여 거룩한 교단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도와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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