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어진 분노의 슬픔

분노를 풀지 못하면 이상성격으로 발전
적절하게 분노를 표현하고 비우면 건강

 감정의 다양함 가운데 특별히 외적으로 표현되는 것 중의 하나는 분노이다. 혼란하고 무분별한 오늘의 현실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보고 듣고 행하는인생의 여정 속에서 내면 안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세상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방법(술, 폭력, 중독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분노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쫀쫀하고 앞뒤가 꽉 막힌 답답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또 우리들 스스로도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즉 다시 말해 참아야 할지 폭발해야 할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분노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크게는‘불안’때
문이다. 사람이 불안해지면 그 상태를 대처하기 위해 회피하거나 공격하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물이 없거나, 어려움을 당할 때 모세를 쳐 죽이려 했던 분노와 원망은 분노가 공격적
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담의 현장에서 보면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회피형의 사람들 즉 화를 참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목회자의 자녀들에 게서 보게 되는 분노는 어린 시절의 돌봄의 부재로 인한 상처가 내면 깊숙이 억압되어 있다가 성장하면서 점차 분노로 표출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에는 이상성격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분노의 원인은‘상실’이다. 에서는 축복권을 상실한 이후로 상실감이 20년이 지난 이후까지 지속되다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오는 동생을 죽이고자 하는 분노로 표출되었음을 볼 수 있다.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예상치 않은 상실- 건강, 물질, 명예 등-은“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내가 뭘 잘 못 하였기에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라고 결국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화를 참아야만 하는가 아니면 분출해야 할까?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희노애락의 감정을 주셨다. 일반적인 감정인‘노’는 곧‘분노’, ‘화’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억울하게 경험하게 되는 왜곡된 지각과 부당한 생각들, 갑작스러운 좌절경험, 탐욕과 인정욕구 등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자신감의 결여나 열등감에 기인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분노는 영적인 관계와 밀접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에베소서 4장 26-27절을 보면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본질상 진노의 자식인 우리들에게‘분노’는,‘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위반된다. 이러한 모순 속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분노 아래서 당황스럽고 큰 슬픔에 빠지게도 된다.

 심리학에서도 분노는 누구에게나 있고 당연히 화가 나는 것은 정상적인 감정으로 취급하고 있다. 문제는 화가 나는 것을 참아서 무의식 속으로 회피하느냐 아니면 바로 화를 내어 공격하여 발산할 것인지에 대한 차이이다. 이 일이 왜 내게 일어났는가를 생각해 보고‘어떻게’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성숙한 사람들의 몫이다. 목회상담학자인 앤드류 레스터는‘파괴적인 분노’란‘우리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나님의 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파괴적인 분노가 아닌 건설적인 분노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볼 수 있어야겠다.

 분노를 자제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은 잠언서 29장 11절의 말씀처럼“어리석은 자는 그 노를 다 드러내어도 지혜로운 자는 억제하느니라”“노하기를 더디하라”는 말씀처럼 분노가 올라오는 순간 1에서 10까지 숫자를 세는 것이다. 천천히 세는 동안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충동을 억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적절한 시간에 분노를 표현하라. 하루 밤이 바뀌기 전에 한 해가 넘어가기 전에 표현하고 떠나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분노는 내 안에서 용서치 못하는 죄책감으로 분노를 더욱 키우게 될 수 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으로‘일인칭 화법(I-Massage)’를 사용하
는 것이 좋다. 일인칭 화법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탓하는 분노로 돌리지 않기 위함이다. 분노를 통한 의사소통은 상대방과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분노하지만 미워하지는 말자. 그 일에 대해 분노할 수 있지만, 그 일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그 일과 그 사람을 동일시하여 그 일로 존재에 대한 분노를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들의 죄와 문제에 대해 분노하시지만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듯이 우리 또한 그 분의 모습으로 성장해 가야할 것이다.

사모 전정희
평촌이레교회 목사 사모
상담학 박사 수료
목회상담 전문가
비전사라21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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