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옆에서 범죄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인간의 감정이 병적으로 무디어진 경우를 일명 ‘제노비즈의 경우’라고 한다. 48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제노비즈의 경우처럼 누군가가 내 이웃을 돕거나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말을 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적으로 바뀐 요즘 우리 교단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미래가 걱정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불안하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교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단 적으로 필요하고 합당한 요구와 그렇지 못한 요구를 명확하게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교단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드리는 모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단의 모습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48년 전 뉴욕에서 발생했던 ‘제노비즈의 경우’가 우리에게 찾아온 것 같다. 특히 위기를 느끼는 것은 우리 교단이 어느 때부터인가 모든 것을 대결구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결이 아니라 교단 혁신을 위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할 시점에 있다는 시대적 요구를 모르고 있거나 외면하는 구태의 모습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교단 인들은 교단의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 정기지방회에서도 교단의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인식을 바탕으로 교단의 대안 찾기를 고심한 흔적은 별로 없었다. 잘못된 생각으로 날뛰는 일부 인사를 지켜보면서도 교단 인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해결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다. 교단이 어떻게 되든 걱정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해답을 갖고 있으면서도 안타깝게 해결책은 없다.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이득과 관련된 일에는 자신의 뜻만이 옳은 것으로 착각하고 그 뜻을 관철시키고자 주위 사람들과 곧잘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교단 일에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일부 교단 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교단 혁신의 길을 위해 회개 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혁신의 길을 외면하며 한 치 양보도 없이 오직 자신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동화책에 나오는 염소들이 개울가 다리 위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같이 시간만 소비하며 결국에 가서는 자신의 잘못으로 교단인 모두가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노비즈의 경우’를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우리가 되어야만 한다. 교단의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아직도 침묵 일색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교단인, 자신들의 의사표현이 혁신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 더 좋은 교단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있다는 것을 자각 했으면 한다. 깊은 성찰과 행동이 교단을 바꿀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의사표현을 할 때 하나님의 나라와 주님의 뜻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자신들의 이기적인 요구나 생각은 내려놓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가톨릭교회에 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청빈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물량주의와 맘몬에 침몰된 이 세상을 청빈으로 새롭게 하려는 가톨릭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단은 그리고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 역을 감당하기 위해 무엇을 내놓고 있는가?
좀 지난 이야기지만 비무장지대 초소에서 총기사건이 벌어지고 또 GP초소장 등 간부들이 북한군 초소를 지척에 두고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북한군 병사가 철장을 넘어 우리 측 내무반까지 들어왔다는 것이 밝혀졌어도, 초급 장교들이 반공사상이 희박하고 누가 우리의 적인지 판단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어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휴전국가로서 경계태세를 강화해도 부족한 판에 초급 장교들의 군 기강이 흐물흐물해 졌어도, 모두가 나하고는 직접 관계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한다.
우리 교단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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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