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do it" "We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한 때 영업직이나 신입 직원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때 나오는 구호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심리적 방법이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은 좋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모든 것에 대해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회적, 교회적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우선 그 할 수 있는 것이 타인과 사회 그리고 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I can do it" 하다 보니 자격 미달, 능력 미달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억지를 부리게 되고 무리수를 두다보니 타인과 사회에 그리고 교회에 악영향을 끼치며 자신까지도 파멸하게 되는 것이다.
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속담도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는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하라는 것이다. 이런 사고를 갖고 있다 보니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도 모자라 이기주의, 기회주의자들로 넘쳐나면서 인간의 근본인 인성마저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믿는 것과 믿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실현되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들려주는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자기가 들려주고 싶어 하는 말만 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통이 안 되고 불통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올해는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지 250년이 되는 해이다. 18년 유배생활에 남긴 500여 권의 방대한 저서 가운데 대표적인 책이 ‘목민심서’다. 목민(牧民)에서 목(牧)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목민’이란 곧 ‘정치’라 할 수 있다. 목민심서의 제목에 ‘심서(心書)’를 단 이유를 다산은 서문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즉 목민의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심서’라고 했단다.
사실 당시 유배생활을 하는 처지이므로 마음 밖에 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그렇게 표현했을지 모른다. 다산이 ‘심’자를 제목 첫머리 글자로 잡았을 때의 그 심경은 어떠했을까. 마음은 느끼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면서도 백성들은 곤궁하고 피폐해 굶어죽어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이 역시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산 시대의 현실과 오늘의 현실은 분명 달라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목민의 길은 다름 아닌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난한 이웃에 베풀고 나누는 마음,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등. 다산이 심(心)자를 적을 때와 같은 그런 마음이 그립다.
다산은 학자로서 75세로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다산은 질투하는 반대파, 정적들로 인해 몇 차례 등용의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비록 고관대작을 지내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의 학문적 수준과 사상의 위대함 때문에 훨씬 더 세상에서 추앙받는 현자(賢者)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타의에 의한 벼슬길의 막힘, 그래서 다산은 더욱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산이 벼슬할 마음을 단절하고 오직 학문에만 정진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빨리 알고 갈 길을 정한 것이다.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마음속의 것을 꺼내보자. 그리고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본래 하나님이 주신 마음의 빛을 찾고자 한다면 잠시 멈춰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18년의 길고 긴 유배생활에서도 벼슬길을 단절하고 학문에 생애를 걸었던 다산 정약용을 생각하며, 각 교단 총회장과 총무, 그리고 임원이 되기 위해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그릇된 사고를 갖고 있는 오늘의 일부 목회자, 교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 교단과 몇 교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단이 총회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가려는 길이 진정 꼭 가야할 사명의 길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길이 예수님을 위한 길도, 교회를 위한 길도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길의 선택이라면 이제 가던 길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