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것과 약해 보이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약한 것과 약해 보이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것은 그 자체가 사랑이시다. 사랑은 언제나 약하게 보인다. 사랑은 항상 져주는 자의 모습이다. 사랑이 언제 폭력을 쓰고 군대를 동원하는 것을 보았는가? 약하게 보일 뿐이다. 사랑은 폭력이 아니다. 예수님이 약해보이지만 실제는 모두 다 감동시키셨고 모두 다 사로잡으셨다. 사랑은 언제나 강성으로 보이는 법이 없다. 예수께서 보이신 사랑의 덕스러움은 강성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약하게 보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약하게 보이는 사랑, 그분이 베푸시는 덕스러움이 이 세상을 덮으셨다. 여러분, 이 세상에서 희생당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억센 자나 강자가 희생하나요? 논리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강자, 힘 있는 자는 희생하지 않는 법이다. 본래 희생의 본질이 약한 것이 아니다. 세상의 사고방식은 반드시 강한 쪽을 찾는다. 그래서 저마다 강한 힘을 가지고 살기 원하고 강한 힘 때문에 안심하고 살아간다. 인간은 강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고 세다. 어떻게 해서라도 강한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힘에 대한 욕망은 목회자나 장로나 집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날도 세상은 다 힘자랑이고 강자의 논리로 일들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순교한 사람들은 약한 분들이 아니었다. 약하게 보였을 뿐이다. 2세기 교회역사가인 터툴리안은 말하기를 “순교의 피가 곧 교회의 씨앗”이 되었다고 했다. 사람이 죽어가고 비참하게 힘없이 맥없이 죽어 가는데 무슨 희망이 있었겠는가? 가장 약한 것이 십자가이고 복음이었다. 하지만 약하게 보였을 뿐이다. 십자가의 복음이, 즉 고난과 핍박과 죽음이 기독교를 말살하려했지만 사실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복음의 능력이요 교회의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이 저주의 십자가의 복음, 약한 자, 패배한 자처럼 보이던 복음이 로마를 정복하고 세상을 뒤덮었다.
성결인 이여, 진리가 약해보이니까 진짜 약한 것인가? 아니다.
예수님은 약하게 보이실 뿐 아니라 실제는 주님 스스로가 약해지신 것이다. 영광의 하나님이 육체의 몸을 입고 오신 것 자체가 약해지신 것이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이 바로 약해지신 주님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집약해서 한마디로 말하면 말씀이 육신이 되신 것이다.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셨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여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내셨는데, 그 때까지 애굽에 있으라고 하셨다. 그 때가 언제인가? 헤롯이 죽을 때까지이다. 헤롯이 죽을 때 까지 거기 있으라는 말은 그 때까지 약해지라는 하늘 아버지의 뜻이었다. 그 때까지 거기 있으라! 주님의 일을 이루기까지 거기 있으라! 약하게 있으라!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이 태어나자마자 야반도주하시고 헤롯이 죽을 그 때까지는 나타나지 말고 약한 자로 거기 있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다시 강조하면 이렇게 약해지신 것이 주님의 일생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아들이신데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신데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신데 그렇게 도망까지 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그때까지 약해지라고 하셨다. 기억하라. 주님의 일생은 약해지신 데부터 시작한다. 말구유에 누우신 초라한 모습이 약해지신 모습이다. 그리고 십자가에서의 고통과 죽으심을 통해 주님은 한 없이 낮아지시고 약해지신 분이다. 바로 이 약해지신 과정을 지나서야 영광의 부활이 왔다. 사탄을 발로 밟으시고 영광가운데 나타나셨다.
우리 모두 주님처럼 약하게 보여야 하는데 시시때때로 생각해보면 다시 강해지려고 하기에 다시 엎드리고 그날 까지 약해지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러나 기필코 주를 위해 약해져야 한다. 저 낮은 자리로 스스로 내려가는 십자가의 사람, 예수의 사람들이 되자.
하나님! 성결교단의 목회자들이 약해지게 하시고 장로들이 약해지게 하소서! 약해지는 진리를 가르쳐 주신 주님을 닮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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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