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가 교회의 양극화이다. 대형교회는 하늘이 높다하고 큰 성전을 짓고 많은 성도들을 흡수해 가는 반면 그 그늘 아래에는 하루하루의 생존을 고민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있다.
세상에는 큰 것의 미덕만큼 작은 것의 가치 또한 존재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큰 것은 자랑스럽고 추앙의 대상이 되는 반면 작은 것은 초라하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어떤 것이 되고 말았다. 목회 현장에서도 큰 교회 목회자는 하나님의 종이요 하나님의 사람이고 작은교회 목회자는 버림받아 고통 받는 사람이라는 왜곡된 정서가 깔려있다.
전국에는 생활이 안 되어 눈물 흘리고 고통을 맛보며 몇 사람 안 되는 주님의 양떼를 돌보는 일에 애쓰고 힘쓰며 십자가를 힘겹게 지고 가는 수많은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있다. 작은 것에는 작은 대로의 가치가 있다. 하나님께서 바라는 교회는 화려하고 거대한 교회보다는 하나님의 영이 임하는 소박하고 작은 공동체이다.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과 다르게 걸어가며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작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큰 교회가 되고자 하는 목표보다는 작은 공동체를 지키며 하나님 나라의 꿈을 향해 걸어 나가는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희망이다.
서울시 신림동에 자리 잡고 있는 큰은혜교회(양희웅 목사)는 작은교회이다. 서울 중앙교회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양 목사는 1998년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교회를 개척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양 목사는 솔직히 교회개척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고 한다. 양 목사는 “솔직히 개척에 대한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부임하기를 바랐다. 개척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커서 피하고 싶었는데 주님께서 우연한 기회에 개척의 기회를 주셨다. 두렵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주님의 명령을 거두고 싶었으나, 주님께서 주신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개척에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주님의 명령을 따라 개척에 나섰지만 별 준비 없이 시작한 교회개척은 어렵기만 했다.
양 목사는 개척초기 설립예배를 드린 교회에서는 건물주인과의 불화로 많이 힘들었다. 사소한 일까지도 간섭하고 드는 주인과 잦은 다툼이 있어 건물주인과 마주치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계약기간 3년이 지나가 건물주인은 교회를 비워줄 것을 요청했고 양 목사는 새로운 교회 터를 구하지 못해 성구를 집에 쌓아두고 성도들 집을 순회하며 가정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이후 낡고 후미진 곳이지만 금호동 인근에 새로운 성전을 얻어 이전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교회이름도 바꾸었다. 금호동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한 양 목사는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향해 나아갔다. 금호동 부근 노숙자들과 보건소에서 치료 받고 있는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 함께 지내며 치유하고 양육하며 목회자로서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필요가 차게 되면 교회를 떠나갔다. 양 목사는 “교인들이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했다. 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힘들게 정을 주고 함께 한 사람들이 쉽게 떠나가는 모습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그래도 남은 성도들이 지금까지 교회를 지켜주고 계시다. 폼도 안 나고 몸으로 물질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작은교회에 남아서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고자 애쓰고 있는 지금의 성도님들이 나의 보람이고 힘이다. 그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들과 함께 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큰은혜교회는 8년간 임차해 있던 건물주가 전세보증금을 대폭 인상하는 바람에 금호동에서 지금의 신림동으로 이전해 왔다. 양 목사는 신림동이 큰은혜교회의 마지막 터전이라고 선언한다. 이곳에서 물러나면 결국 교회를 접어야 한다는 각오로 새롭게 이를 악 물었다. 양 목사는 “작은교회가 참 힘들다.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따라 시작했는데, 역시 준비 없이 한 개척이라 많이 힘들었다. 교회가 참 많다. 개척하면 90프로가 문을 닫는다고 알고 있다. 개척 후 14년이 되었는데 크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문 닫지 않고 가족 같은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지만 이렇게라도 교회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다”고 했다.
양 목사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겨내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서 절망적인 순간마다 기적처럼 함께 해주셨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교회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것이고, 사람의 생각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면 안 되는 것이 구나 기도로 간구하고 주님 인도하시는 데로 발을 옮겨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양 목사는 큰은혜교회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방회와 교단의 도움도 컸다고 털어 놓는다. “중앙지방과 총회본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타교단 목회자들이 부러워한다. 빨리 성장해 도움 받은 만큼 도움 줄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큰은혜교회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교회이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다. 양 목사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목회자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여러 가지 주변환경이 우호적이지도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각오로 교회의 역사를 써내려 가려 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전도에 임할 것이며 좀 더 애정과 인내를 갖고 사람을 키우려 한다. 좀 더 희망찬 비전을 가지고 주의 일을 하며 작은교회가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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