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데 세월은 무심하게 우리를 뿌리치고 흘러만 간다. 육체도 정신도 흘러간다. 아직도 채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은데... 그냥 빈 수레로 시간은 내달리고만 있다.
아직도 마음은 아쉬움을 달래는데 주위 사람들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내년도 캘린더를 펼쳐 보며 어디에 걸까를 찾는다. 아! 또 수없이 맞이하며 설레었던 또 다른 새해가 저 만큼에서 다가오고 있다.
갑자기 덧없는 인생을 일깨워주는 성경 말씀들이 문득 떠오른다.
모세는 인생을 잠깐 자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아침에 잠시 돋는 풀이라고도 했다. 다윗은 그림자와도 같다고 하였고 욥은 베틀사이를 지나가는 북과도 같다고 했다. 또 사라지는 구름 같기도 하다고 했다. 야고보는 인생을 안개와 같다고 했다. 베드로는 시들어가는 풀과도 같다고 했다. 정말 모든 것이 그렇게 흘러가는 가보다.
인생은 혹 이런 것은 아닐까. 파도에 쓸려갈 모래성을 쌓다가 누군가 가 부르면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달려가야 하는.....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기에,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며 잘못된 것은 회개하는 삶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 중에 가장 오래 살았다고 하는 사람은 므두셀라라는 사람이다. 성경에 보면 그는 무려 969년이나 살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그렇게도 살았나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성경에는 그가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것만 기록되어 있을 뿐 그에 관한 아무런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긴 인생을 살았지만 한 마디의 가치도 남기지 않은 것이다.
시간과 함께 스쳐가는 그림자 같은 인생, 그렇다면 지혜는 누구에게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성경 시편에 모세라는 사람의 기도가 아주 특이한 뉘앙스를 남긴다. 그는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하고 있다. “나에게 날 수를 계수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자신의 남은 날을 셈하는 것. 이것을 그는 인생은 큰 지혜로 알고 셈하며 시간을 질적으로 충실하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명의 발전을 시간에 대한 인식의 발전으로 파악한 사람이 있다. 문명 비평가 오스왈드 슈펭글러인데 그는 ‘서양의 몰락’ 이라는 책에서 ‘원시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말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물론 그들도 시간 속에서 살았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그들이 의식한 것은 공간이었다. ‘공간은 우리의 감각 세계와 같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지적을 했다. 그는 미개인은 공간에 관심이 많고 문명인은 시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어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린다.
오늘 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안타깝게도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하든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시간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는 얼마든지 살 수가 있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 빌릴 수도, 빌려주지도 못 한다. 돈을 잃어버리는 것은 애를 태우면서도 정작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무심하다.
작가 이강백 씨의 ‘시간’이란 작품에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에게 있었던 것들이 하나하나 빼앗기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것들이 하나하나 없어진다.
있을 때,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하나님께 그리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며 더 보람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많은 갖지 못해서도 비교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시간을 귀하게 잘 쓰도록 하자.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과 ‘시간을 잘 선용한다’는 말은 같은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데. 이제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제 감사한 마음으로 잘 마무리하고 또 소망으로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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