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이 아니라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국제적 표준에 걸맞는 국격을 가져야만 했다. 이와 보폭을 같이하는 산업과 계층들은 신바람을 부르면서 세계화의 양력을 이용해 부상했지만, UR과 WTO 체제를 도저히 자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1차 농, 축, 수산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길거리로 나앉아야만 했다. 이들은 지금도 혹독한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미 FTA는 지난 20년간 겪었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미FTA는 독소조항이 가진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FTA가 가져올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엄청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 특히 우리교단도 미리 선제적으로 FTA에 대해서 대응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비탈 중턱에서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교단의 준비가 철저하게 요구된다.
한미FTA는 의료민영화, 교육민영화, 공공서비스민영화를 담고 있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의료 및 교육 민영화가 활성화되면 교회는 급속히 양분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대형 교회가 주로 중산층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반대로 중,소형 교회는 급격히 서민과 빈곤자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이것은 빈곤의 악순환 과정에 교회가 편입된 것으로 향후 10년 안에 중,소형교회는 거의 대부분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을 말한다. 중,소형 교회가 없는 대형교회, 서민과 빈곤층이 떠난 교회는 사회 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고, 상당한 책임을 요구받을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 공공서비스(전기, 수도, 가스)의 민영화는 중,소형교회가 도산되는데 쐐기를 박는 결정타가 될 것이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몰락하므로 국가경제가 위기인 지금의 모습이 앞으로 10년 후 한국교회의 정확한 모습이다. 대형교회가 중,소형교회를 살리지 않으면 대형교회 자체도 어렵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교회는 지금부터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교단차원에서는 병원마련과 교육, 복지시설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편법을 쓰지 말고, 교단은 매년 30억 이상의 재정을 확보해서 의료, 공공서비스 시설을 확보하여 장차 교단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편, 각각의 교회들은 교회를 완전히 리모델링해야 한다. 앞으로 교회는 서민들과 빈민자들에게 밥을 제공해주는 따뜻한 곳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활하고 직장을 잡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편입되도록 돕는 ‘훈련소’와 같은 역할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지역의 교회는 어려워지는 시민들로 인해 하루하루 의자를 빼야만 할 것이다. 반대로 이들을 도와준다면 교회는 하루하루 넘치게 될 것이다.
한미FTA는 서비스 산업의 무제한 개방을 초래한다. 음란, 도박, 퇴폐 상업 문화가 안방까지 들어온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규제할 수 없다. 그것은 FTA 위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지키기 위해서 우리 맘대로 법을 규정하고 한계를 정하는 ‘우리의 결정권’이 사라진다. FTA 조약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에 이제부터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의 산업도 생각해야 하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니 무슨 법을 만들 수 있겠는가? 이런 개방의 시대에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학생들과 젊은층의 급격한 사회일탈행위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선 카지노 하나로 얼마나 많은 국민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노숙자가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교회는 지금부터 이런 서비스 산업의 개방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법적으로 산업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어졌으니 교회는 최대한 교인들과 지역사회를 계도하고 철저하게 한국인의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권면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주일학교교육의 쇄신이 필요하다. BCM을 실용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종교교육, 신앙교육의 차원에서 생활교육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장년들과 성도들을 더 꼼꼼히 살피고 경제와 생활 공동체까지 나가도록 이끌지 않으면 교회는 급격한 헌금감소와 유지비용 급상승으로 곤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각 교회가 살 길은 성도들이 공동체로 묶이는 것이다. 작은교회든 중형교회든 공동체로 묶이지 않으면 한미 FTA 이후 교회는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농촌 교회가 어려운 것이 지난 세월 우루과이라운도(UR)와 WTO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단이나 교회적 차원에서 정치적인 일로만 받아들인 결과 그 피해를 우리의 형제들이 그대로 입고, 지금 온 동포가 농산물 폭등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날 농어촌 교회의 처지가 한미 FTA 이후에는 도시 중,소형 교회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농어촌 교회를 살리는 길, 그리고 중,소형 교회를 살리는 길은 시대를 구별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목회적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도도 그렇게 해야 하고, 부흥도 그런 방향으로 시켜야 50년 100년 성장하는 교회가 되고, 발전하는 교단이 될 것이다. 괜한 헛 구호나 헛 사업 남발하지 말고 한미 FTA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미리 준비하는 교단과 학교, 교회가 되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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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