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제가 남한 땅에 들어설 때 저는 시내에 광고간판이 우리말로 씌여진 것을 보고 감격했습니다. 7년 동안 중국에서 살면서 온통 중국글자만 보았던 내가 북한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우리말이 쓰인다는 사실에 놀란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인데도 저는 제가 상상했던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로서 우리말도 다 버리고 영어만 쓰고 있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글은 똑같은 글을 쓰고 있었지만 말은 너무도 다른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많은 탈북자들이 말하듯이 남한은 영어를 너무 많이 섞어 쓰는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북한에서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신문과 방송 광고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어가 그렇게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남한사람들에게 제가 북한에서 영어를 배웠다고 말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북한은 미국을 그렇게 증오하는데 어떻게 원수의 나라 말을 배울 수 있는 가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민학교 4학년부터 영어를 배웠습니다. 북한의 인민학교는 남한의 초등학교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어는 두 가지로 배워줍니다. 하나는 영어이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어입니다.
그밖에 도마다 있는 외국어 학원과 평양에 있는 외국어대학에서는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과 같은 발전된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국어학원이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웬만한 재력이나 권력을 가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는 영어나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보통 학교 학생의 절반씩 나누어 각각 영어와 러시아어를 배우는데 러시아어를 배운 학생들은 좀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려면 영어를 다시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간단한 수학이나 물리 공식조차도 다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전자공학자였던 아버지는 중·고등학교 때 러시아어를 배워서 별로 써먹지 못한다며 다시 영어를 배웠습니다.
북한은 영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또한 다른 식으로도 말합니다. 우리는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군인들도 영어를 배워야 한다며 군인용 영어 회화책을 출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각종 전투에서 쓸 수 있는 영어 회화들이 담겨 있습니다. 주로 “손들 엇” “무기를 놓고 투항하라”등의 말입니다.
북한은 남한을 점령하기 위해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데 과연 미국의 군인들이나 남한의 군인들은 북한의 말을 알기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좀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처음에 많은 부분에서 이해를 못해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가는데 터널을 지나야 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터널이라는 말을 몰라 북한에서 쓰는 말 그대로 “굴 쪽으로 가자”했더니 순간 택시기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택시기사가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으나 저는 여전히 터널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냥 “굴 비슷하게 생긴 거 있잖아요?” 하고 택시기사의 마음을 늦춰주느라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글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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