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 부기리의 한가로운 논길을 걸어보면 전형적인 우리나라 농촌마을의 정겨움을 느낄 수가 있다. 마치 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옮겨 놓은 듯 선명하고 생생한 7월의 논 위로 꼬리 붉은 잠자리가 날고, 멀리서 짖어대는 얼굴 모르는 강아지의 울음소리는 기억 속 지나간 시간을 불러내는 듯하다. 어머니 또는 누군가에겐 할머니를 추억하게 하는 부기리 솔숲 언덕에는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통나무 교회가 푸근히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장국진 목사를 중심으로 전 성도들의 기도와 꿈을 모아 새로 지은 고도교회이다.

고도교회는 이곳 부기리에서 주변 갈산교회를 다니던 성도들이 당시 김태수 전도사를 중심으로 1975년 개척한 교회이다. 현재 담임하고 있는 장국진 목사는 고도교회의 7대 담임목사로, 교회가 반으로 나뉘어 반목하던 어려운 상황에 요청이 들어와 부임하게 되었다. 장국진 목사는 갈산교회 초대장로였다. 40이 넘어 목회를 시작하여 마온교회, 목양교회를 섬기다 7년전 고도교회에 부임해 왔다. 장 목사는 “분란이 있던 교회라서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목회에 집중했다.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끊임 없는 기도와 주님의 축복으로 지금은 그 전의 감정이나 대립은 눈 녹듯 사라지고 상처의 흔적도 없다. 한숨과 눈물이 넘치던 교회가 칭찬과 웃음으로 채워질 수 있어 요즘 모든 성도들은 너무 행복해 한다”고 흐뭇해 했다.

고도교회의 성도들은 대부분이 머리 하얀 노인들이다. 20대 30대 청년들은 전무(全無)하고 가장 나이 많은 95세 할머니로부터 70대 60대 어른들이 고도교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장 목사는 취임 후 노인중심의 목회로 이끌어 오고 있다. 장 목사는 “부임후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천국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소망적 메시지를 전하고 자신감을 불어 넣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고도교회를 노인들이 쉽게 와서 편히 신앙생활 할 수 있는 교회, 천국을 향한 소망의 싹을 틔울 수 있는 교회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고도교회 성도들은 헌금생활에 열심이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고령이지만 고도교회는 다른 농촌교회와 비교해 재정이 탄탄하다. 장 목사가 헌금을 강조하지 않지만 2명의 충성스러운 장로들을 중심으로 성도들이 십일조 생활에 열심을 두어 2년 전에는 값나가는 천연 통나무로 아름다운 성전을 건축하기도 했고 많은 돈은 아니지만 7·8개 교회를 돕고 있기도 하다. 장 목사는 “하나님이 축복해 주셔서 성도님들이 헌금생활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성도들과 교회가 축복을 많이 받았다. 성도의 수가 많지 않지만 다른 농촌교회 들과 달리 도움을 받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국진 목사는 고도교회 성도들이 어느 교회 성도와 비교해서도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교회를 신축할 때도 교회의 구조와 건축 재료가 낯설어 모험적일 수 있는데, 성도들은 순수한 마음에서 전적으로 장 목사의 결정을 따라 주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교회를 짓는 1년간 성도들은 합심하여 이런저런 일에 동참했으며, 아침·점심·저녁 인부들 식사를 계속 제공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장 목사는 “성도들의 순수함이 나를 감동시키고 감사의 마음이 들게 한다. 하나님도 성도들의 순수함이 기쁘셨는지 축복하시어 교회를 짓고 난 후 초가집이던 성도들 집 열 가구가 새로운 집으로 신축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건축을 통해 교회가 축복의 통로가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없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일정 한계를 느끼고 있던 장국진 목사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기리 부근에 충남도청과 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와 도청이 완공되게 되면 많은 인구와 더불어 젊은이들이 유입될 것이다. 주변환경의 변화와 함께 교회 성격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는 장 목사는 “기대가 크다. 능동적인 준비를 통해 젊은이들이 찾을 수 있는 교회로 준비하려고 한다. 은퇴가 멀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동안 고도교회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고 물러 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 건축한 고도교회는 교회문을 열고 들어가면 적백향목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향기가 너무 좋아 고도교회 성도들은 예배시간 한두 시간 전에 미리 모여 향기 속에서 이야기와 웃음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장 목사는 “나무에 아무런 칠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향기가 매우 좋다. 자연스럽게 예배당이 삼림욕장이 되었다. 향기 가운데 드리는 예배가 성도들에게 더욱 은혜스럽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도교회는 이 지역의 옛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갈산면의 옛 이름이 고도면이었다고 한다. 높은 길, 하늘길이라는 뜻이다. 향기가 아름다운 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서로 잘 만났다고 칭찬하는 고도교회가 세상 사람들을 주님께서 예비하신 주님의 나라로 인도하는 향기 나는 통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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