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자 국민일보는 서울신대 100주년 기념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서울신대의 뜻 깊은 행사에 만강의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서울신대는 동경성서학원을 졸업한 정 빈, 김상준 두 분에 의해 개교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대지진 참사와 함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일본에 위치한 동경성서학원에 지금은 지원자가 없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서울신대는 새로운 100년을 향해 깃발을 높이고 있으나 일본의 성서학원은 서울신대의 모체인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어찌 남의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갈 수 있겠는가. 카우만 목사에 의하면 처음 창학할 때 동경성서학원은 대부흥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서울신대의 100주년과 그 찬란한 비전 안에 어떤 암적 요소가 없는가를 통찰하는 것이 훗날을 위하여 지혜로운 것이라 하겠다. 특별히 유석성 총장의 ‘인문학과의 통섭이 새로운 100년의 자양분이다’는 선언은 기대와 염려를 함께 하게 한다. 지금 신학계는 복음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소리가 높다. 그것은 복음주의 신학에 각양 요소가 침투하여 그 정체성의 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복음주의자인 필립 얀시의 예를 들어 보자. 그가 수 백 페이지에 걸쳐 쓴 하나님 은혜에 대한 글은 얼핏 보면 누구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그의 메시지는 사실상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관용의 글로 넘쳐난다. 그는 말한다. 기독교는 이제 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하나님의 은혜에 목말라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나는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라고 해주는 사람을 목말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은 기독교의 복음이 보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과연 필립 얀시의 태도는 인문학과의 통섭과 무관한 것일까? 우리가 당혹해 하는 것은 그의 포용은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미국 장로회는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 안수를 결의했다. 영국의 성공회도 같은 문제로 분열의 고통을 안고 있다. 그에 의하면 복음주의는 인간의 갈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에 목말라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누구나 인간이면 모두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성경 시편 14장 2절에서 3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인생을 굽어 살피사 지각이 있어 하나님을 찾는 자가 있는가 보려 하신즉, 다 치우쳐 함께 더러운 자가 되고 선을 행하는 자가 없으니 하나도 없도다”라고 했다. 성경은 세상이 하나님과 대적한다고 하는데 필립 얀시는 세상 사람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님 은혜를 갈망하는 세상이 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했는가? 필립 얀시가 아무리 자신을 복음주의라고 해도 필경은 복음을 왜곡하고 기독교 교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무율법주의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문학과 통섭하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과 철학이 얼마나 우리의 전통적 신앙과 신학에 무서운 독침을 찌르고 있는지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머지않아 WCC 대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고 부산하다. 서울신대는 한국교회 분열의 원인이 된 WCC에 대하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규모의 크기에 압도당하여 포용과 관용으로 흘러 100년을 지켜온 성결의 가치가 오염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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