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박병득 편집국장
▶장소  :  상동감리교회 원로목사실
▶정리·사진  :  박덕환 기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경쟁에서 이겨 섬김을 받기 위함 아니다.

  전도받아 처음 출석한  교회가 성결교회·뜨겁고 성결한 신앙 인상적”

Q 사순절 기간이다. 고난주간을 넘어 부활주일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여러 목회자들을 배출한 경험으로, 목회자들이 어떻게 성찰해야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재물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는데, 교회가 감히 그것을 하고 있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도 버리지 못하고 재물도 버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에 교회가 있다고 본다. 돈이 세상철학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돈 중심의 세상철학이 교회에서도 힘을 쓰고 있다. 연세대에 있을 때 송 자 총장이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해 소개를 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개념이었다. 송 총장은 신자유주의를 ‘무한경쟁과 생산성’이란 개념으로 설명을 했다. 그 때 신자유주의는 위험한 사상이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의 속성 중 하나인 ‘무한경쟁’이란 말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경쟁에서 이겨 섬김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에서 낙담한 사람을 위로하고 섬기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십자가이다. 

Q 대표적 조직신학자이다. 연세대 교수로 21년 재직하고 연세대 신학대학장 연합신학대학원장 협성대총장 등을 지냈다. 조직신학자로서 조직신학이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20세기는 조직신학이란 학문이 활발하게 연구 되던 시절이었다. 오늘날에는 분과로서 조직신학과가 있지만 이 시대에 정말로 절실히 필요한 학문 분야인가를 생각하면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요즘 신학생들이 목회상담 분야를 많이 전공한다. 실용성 때문이다. 조직신학은 실용성은 없는 학문이다. 한 때 조직신학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정체성 위기 때문이었다. 과연 기독교가 무엇인가? 복음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신학을 할 수도, 목회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1,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조직신학에 대한 열정적인 모색이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정체성 위기가 지나고 난 후 조직신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의 관심이 성서신학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조직신학은 정체성 혼란과 위기를 겪으면서 어디에서 복음의 진리를 찾고 기독교의 정체성을 찾을까 하는 고민해결의 채널이 되었었다. 시대마다의 필요한 학문이 있다는 견지에서 조직신학이 절실히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조직신학에 대한 반응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인데 그것은 조직신학의 유용성이나 의미가 작아져서가 아니라 단지 시대적 필요성이 적어졌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신학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학문이다.

Q 오는 5월이면 4년 동안 몸 담았던 한국문화신학회 회장을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문화신학회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A 다른 나라에는 문화신학회란 학회가 없다. 내 주요한 관심이 토착화신학이다 보니까 토착화신학과 민중신학 등 틈새 신학들을 모아서 한국 신학자 중 주류에서 벗어난 주제를 발표한 것을 중심으로 학회를 만들어 뜻있는 사람들 끼리 마음을 모아 지금까지 왔다. 문화신학회는 기독교공동학회의 산하 학회로 구약학회, 교회사학회, 실천사학회 등이 있는데 문화신학회도 공동학회에 등록이 되어 있다. 토착화신학회, 민중신학회 등을 기독교공동학회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그 둘을 학회로 만들어 하기엔 뭔가 부족해서 틈새학회들을 묶어 ‘문화신학회’라고 이름 지었다. 문화신학회 회원들은 조직신학회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전공에 상관없이 자기만의 독특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회지 통권 16권까지 나왔다.

Q 요즘 스쿠크 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스쿠크 법을 포함해 이슬람교에 대해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A 이슬람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 하자면, 이슬람채권에 대해서도 최근에서야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금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져온 그들만의 풍습이다. 이슬람채권법은 고대사회의 관습과 현대사회를 조화시키려니까 나온 비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오일달러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슬람의 확장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경제적인 교류에서까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각심과 함께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교계의 원로로서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몇 마디 부탁한다.

A 교회의 판단기준이 이익이 남는 것은 선한 것이고 손해가 나는 것은 악한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학교나 교회 어디를 봐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지금은 모든 판단의 기준이 ‘의’보다는 ‘이’이다. 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기보다는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 예수님 말씀대로 ‘그 의를 목말라하고 갈망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의를 행함으로 핍박받고 있는가? 갈망한다면 이익을 갈망하고, 돈 버는 일에는 목숨을 걸고 돈을 벌려고 한다. 의의 개념이 이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Q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나 앞으로 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은퇴 후 7, 8년 동안 강남금식기도원에서 매주 설교를 했다. 그리고 살고 있는 일산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매주 성경공부반을 열고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2년 전 창세기를 시작해 지금 레위기를 공부하고 있다. 성서신학 연구하듯이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Q 감리교회와 성결교회는 웨슬리언을 통해 한 뿌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감리교 목사로서 성결교회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를 할 수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감리교 목사이지만 웨슬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내 신학사상은 상당한 정도 칼빈주의, 개혁주의 전통의 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웨슬리를 따로 공부하지 못했다. 그래서 웨슬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감리교 목사로 상식적인 선에서 아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전도 받아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교회가 성결교회이다. 만리현교회 김경식 목사님에게 학습을 받았다. 이후 영어로 성경공부를 하고 있는 교회가 있다고 해서 다니다 보니 감리교인이 되었다. 학습은 성결교회에서 받고 세례는 감리교에서 받았다. 어릴 적 기억이지만 김경식 목사님은 매우 거룩한 목사님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아주 거룩해서 범접하기 어려웠던 느낌이 있었는데, 그 때의 인상이 일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로 만난 성결교회 목사님들은 어떤 목사님들보다 뜨거웠고 성결한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졌다. 복음주의 신앙을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교회에서 성결교회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Q 성락교회 지형은 목사가 김 교수의 제자라고 알고 있다. 지형은 목사는 어떤 목회자라 생각하는가?

A 지형은 목사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 이후 지 목사가 조교로 일을 하게 돼 자주 지켜보았다. 성품 자체가 귀족풍이다. 부드럽고 인격적인 주체성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결교가 훌륭한 학생을 양육해 연세대에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장차 큰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조직신학을 전공한 지 목사가 논문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까 고민하기에 교회론을 쓰라고 지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텔레비전을 통해 지 목사의 설교를 가끔 보는데 앞으로 기대가 되는 훌륭한 목회자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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