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아! 연변과학기술대학

나는 아이티훈련원에 다니기 위해 재능교육회사를 그만 두었다. 아이티훈련원의 일과는 매일 새벽부터 시작되어 밤 12시에 끝났다. 처음 컴퓨터를 만져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파워포인트나 엑셀 같은 것은 처음 배웠다. 그리고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같은 이미지나 영상편집프로그램도 배웠다.

말 그대로 아이티훈련이니 아이티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합숙교육을 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단체달리기를 하고 밤 늦게 까지 하는 공부는 마치 군대생활같이 짜여 있었다. 결코 쉽지는 않은 생활이었지만 배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과기대 교수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학생은 선생님을 섬겨야 한다고 여겨왔던 나는 교수님들이 제자들을 위해 음식상을 차려주고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섬기는 모습에 놀랐다.

학교에서는 아이티 교육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더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인성교육이었다. 컴퓨터를 배우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북한에서 배우던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북한에서도 항상 주체형의 참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회의 때마다, 강연회마다 강조하곤 했는데 그 주체형의 참된 인간이란 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한 목숨 바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느라 바빴고 눈치를 보면서 상관한테 잘 보이는 사람들은 승진하곤 했다. 내가 볼 때 북한에서 말하는 참된 인간은 아무런 정신적 육체적 자유가 없는 한마디로 노예와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만약에 당에 대한 충성심을 빼고 정말 그야말로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면 그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굶어죽거나 남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빼앗기거나... 그리하여 더는 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과기대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남을 섬기고 사랑하고, 예의 바른 너무나 내게는 신선 같은 모습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런 모습들이 다 가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도 언제나 변함없는 한 모습들이었다. 훈련생들도 일주일에 한 번 씩 남을 돕는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가 자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수업 일정이 그렇게 짜여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까운 시간에 공부를 안 하고 왜 이런데 보내나 하고 생각했지만 갔다 오고 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할머니들의 손발을 씻어주고 엄마 없는 아이들과 잠시라도 함께 놀아주고 왔을 때 그들에 대해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고, 자기 중심이었던 나의 삶이 점차 밖으로 옮겨가게 됨을 느꼈다.

과기대에 있으면서 나는 점점 인간의 아름다움, 삶의 아름다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나의 눈에 아름다운 것은 별로 없었다. 꽃을 보아도 별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고 산천이나 사람들이나 나에 눈에는 다 무섭고 피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뭔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았다.

연변과학기술 대학의 건물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새벽 길에 발 밑에 스치우는 코스모스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연변과학기술대학은 죽음 위에 솟아난 사랑의 집이라고 한다. 이 대학을 세운 김진경 총장님이 처음에 건물을 세우려고 부지를 찾다가 옛날에 사형수들을 화장하던 터를 발견하게 됐다. 사람들은 다 말렸지만 그는 그 화장터를 밀어내고 대학을 세웠다. 그 대학이 지금 이렇게 눈부시게 변한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