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예수님을 가르쳐준 나의 첫 선생님

그날 밤, 나는 잠들 수가 없었다. 뭔가 내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빛에서 나는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서 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거짓말을 하다니...나는 밤새 편지를 썼다. 차마 입으로는 나의 사연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영이 어머니, 사실 저는 중국 사람이 아니라 북한 사람입니다….”

내가 어떻게 중국으로 오게 되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이렇게 알려드리는 것으로 하여 혹시 재능교육회사에서 일하게 되지 못한다 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분께 저의 진실을 알려드렸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그 당시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마음은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한 주일이 지나 다시 그 집에 가게 되었을 때 나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편지를 건넸다. 학부형은 의아해 뭔가 물으려 했지만 나는 서둘러 그 집을 빠져 나왔다.

그 다음 한 주일 동안 나는 안전부절 못하며 지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한 주 동안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평상시와 같았다. 다음 주 수업시간이 되어 찾아갔을 때 그 학부형은 여느 때와 똑같이 문을 열어주며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나가자 그는 나에게 다가와 다정히 말했다. “좀 뭔가 다르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엄청난 사연이 있는 줄 몰랐어요!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 편지는 나와 남편이 읽고 바로 태워버렸어요. 소연 씨 사연은 누구도 알 수 없을 거예요. 소연 씨가 편하게 될 때까지 비밀을 지켜줄게요”

그 순간 나는 또다시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 세상에 이렇게 나의 사연을 알아주고 함께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그 뒤로 그분은  나에게 자주 식사도 챙겨주고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셨다. 그분의 집에는 좋은 책들이 참 많았는데 나는 처음으로 한국 책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분을 만나면서 나는 점점 마음의 짐이 덜어짐을 느꼈다.

어느 날 나는 궁금한 것이 생겼다. 왜 그분은 생활조건이 좋은 한국에서 여기 중국으로 왔을까? 중국 사람들도 모두 한국에 가지 못해 그렇게 애쓰는데…

몇 번 망설임 끝에 나는 용기 내어 물어보았다. 그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는 예수님 때문에 여기로 왔어요, 혹시 예수가 누군지 알아요?”

나는 예수가 누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북한에 있을 때 백과사전인가 하는 책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역서를 쓴다는 대목을 읽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역서는 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서 똑같이 쓰고 있지 않는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예수의 탄생이 기원 1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 이상의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에서 기독교는 사람의 혁명정신을 마비시키는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십자가 같은 것은 영화에서 드물게 볼 수 있었다. 예술 작품 특성상 적대계급이 등장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독교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영국소설 <제인 에어>를 읽고 나서였다. 제인이 기독교학교에서 교육받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기도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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