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렇게 시작하여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그 학부형은 아이들을 잘 가르쳐줘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한번 점심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나왔지만 순간 나의 머리 속은 온통 까매졌다. 개인적인 초대라면, 나의 신상에 대해서도 물어 볼 텐데… 어쩌지?!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착잡한 마음을 떨치고 일어선 것은 어떤 경우에도 신분은 밝히면 안 된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불쌍한 모습도 절대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직까지 이 사람들을 잘 모르는데... 또한 이제 이 세상에서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는 내 나름대로 정한 삶의 규칙이 더욱 나의 마음을 굳게 했다.

드디어 초대받은 날이 다가왔다. 나는 이미 마음을 단단히 잡았기에 주저하지 않고 분홍색 아파트, 현관의 초인종을 눌렀다. 여느 때와 같이 그 학부형은 밝은 얼굴로 나를 반갑게 맞이 했다. 식탁은 단촐했지만 아주 정갈하게 정성을 들여 준비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짐작했던 대로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학부형은 내게 뭔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은 별로 생활이 어렵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는데 집안형편이 어려운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삶이 많이 바뀌게 되었고 이렇게 중국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가 자연스럽게 집안이야기를 꺼내니 나도 나의 집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위치가 됐다. 그리고 경계심도 들었다. 왜 이렇게 친절한 걸까? 혹시 내가 어떻게 재능교육 교사가 됐는지 알아보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내가 대학 학력도 없다는 것을 알면 그는 분명 나에게 아이들을 맡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장춘에 부모님이 다 계시고 거기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의 마음과는 달리 그 학부형은 정말 평온해 보였고 진실해 보였다.

그리고 나와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보였다. 긴장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아이들이며 생활 속의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그는 나에게 집안구경을 시켜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은 아주 단출하고 평범한 집이었지만 그때 나의 눈에는 그 무슨 부자 집 같아 보였다.

안방에 들어서자 거기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를 보자 나는 확 눈이 밝아졌다. 나는 피아노를 텔레비전에서 보긴 했지만 한 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신기한 듯 만져보며 피아노를 칠 수 있는지 그녀에게 물어봤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내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설음인지 기쁨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지금까지 받아왔던 온갖 상처들이 눈앞에 떠오르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그 학부형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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