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순교한 조태환 선교사의 장례식이 필리핀에서 엄수됐다. 의협심이 강하고 태권도 유단자이기도한 그는 선교에 대한 사명감이 강했다고 한다. 40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순교지에서 타계한 조 선교사를 생각하며 억울함과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 앞에 ‘하나님 어쩌자고 조 선교사를 데리고 가셨느냐’고 우기고 싶은 심정이다. 

그가 섬기던 필리핀 마닐라 변두리의 쓰레기 매립장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세운 교회와 성도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를 홀연히 데려가셨을까? 그리고 아내와 아직 어린 두 딸을 남겨놓았다는 데...

그는 차안에서 십 수 명의 한국의 단기 선교팀의 성도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몸으로 총알받이가 되어 네발의 총이 가슴에 박혔고, 그 차량속의 묻어 있는 핏자국은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순간이었기에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간적으로 그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마닐라의 장례식 날, 필리핀교회협회 회장은 추모사에서 그는 “He is a hero"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의 영웅, 가난한 자들의 영웅, 한국선교사들의 영웅, 필리핀 교회의 영웅, 집 없는 자들의 영웅이라고 했다.

예수께서 왕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나귀를 타시고 수많은 군중들이 종려나무가지를 들고 호산나 호산나하고 외치는 그 사이를 행진하셨다. 그것은 대 환호였다. 그렇지만 왕으로 입성하신지 불과 1주일 만에 예수님께 엄청난 고난이 시작되었다. 영광스러운 왕으로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그 무거움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시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다 쏟아내시는 죽음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군중 속에 왕으로 오신 그 영광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겨우 남은 것이 채찍에 맞고 십자가를 지신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영광스러운 왕으로 입성하신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고 죽으셔야 했는가? 

우리는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답변을 얻어야 한다. 영광에서 십자가로 이어지는 이 과정은 실패가 아니다. 진실한 답변이 성경 속에 있다.  조태환 선교사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 상기했으면 한다. 

당신의 십자가는 바라보는 십자가인가? 지고가는 십자가인가? 십자가는 지고 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랬듯이 지고 가는 십자가는 골고다까지 갔을 때에 참된 영광이 되는 것이다.

십자가가 단지 기독교를 상징하는 많은 아름다움과 종교적인 좋은 격식을 갖추고 바라만 보는 십자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라고 했다. 왜 예수님께서 그 영광스러움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가 굳이 십자가로 끝내셔야 했는가? 그것은 간단하다. 주님이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종이나 노예는 그러한 책임의식이 없다. 성경은 말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양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제 길로 가고 헤맨다고 했다. 여기 제 길로 갔다는 말은 자기 좋은 대로 자기 취양대로 갔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셔야 했다. 주인이기에 자기 몸을 제물로 주셨다. 지고 가는 십자가가 영광의 십자가임을 믿는 우리가 되자.

바라만 보면 감당할 수 없지만 십자가를 지려고 작정하면 능력이 나타나고 영광이 된다. 성결인은 가정에서, 교회와 교단에서, 생활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기로 작정하는 참 신앙인이길 바란다.

우리의 십자가는 피하는 십자가인가? 직면하는 십자가인가? 우리는 가급적이면 십자가를 안지고 싶어 하고 피하고 싶어 한다. 그냥 맞닥뜨려 직면해야 하는데 피하려고 할 때가 많다. 그러나 피하지 않는 십자가가 가장 좋은 십자가이다. 그 십자가 속에 용서가 있고 사랑도 있고 승리도 있고 감사도 있고 영광도 있는 것이다. 그 십자가를 피하는 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태환 선교사는 거친 파도가 밀려와도 그 죽음의 십자가 앞에서 15명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피할 수 없는 십자가를 그는 지고 갔다.

올해 43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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