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 교수충원·부채상환·발전기금 확보·건강한 노사문화 정착 통해 학교안정화
서울신대 개교 1백주년 행사 학교의 미래·정체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는 계기돼야
▶대담 : 박병득 편집국장
▶일시 : 2010년 8월 27일
▶장소 : 서울신학대학교 총장실
▶기사 및 사진 : 박덕환 기자
Q 임기가 9월 1일 까지로 알고 있다. 2004년에 취임해서 2007년에 연임 하고 이제 퇴임하게 되는 데 감회가 어떤지?
A 나는 과분하게 총장이 된 사람이다. 신학과 교수 30여 명 가운데 서울신대 출신이 아닌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총장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외로울 때도 간혹 있었으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큰 탈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우리 학교가 그렇게 편한 학교는 아니었다. 이사장도 임기를 못 채우는 경우가 많았고, 총장도 얼마 전부터 임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은혜로 최근부터 학교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 후임 총장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기쁜 마음이다. 총장직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책임감이 큰데 후임 총장이 결정된 이후로는 마음이 참 편했다.
Q 임기 중 교수충원, 부채상환, 발전기금 확보, 건강한 노사문화 정착 등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일들인데 총장임기 동안 어떤 마음으로 이러한 일들을 처리해 왔는지?
A 이전 총장들이 큰일을 많이 했다. 그 덕을 내가 많이 본 것이 사실이다. 전 모 총장은 IMF 때 150억을 들여 학교에서 가장 큰 건물을 지었다. 직전 총장은 기존의 캠퍼스 부지보다 넓은 땅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람은 어느 자리든 앉게 되면 가시적인 업적을 남기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가시적인 업적보다는 교육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총장 임기를 시작할 때 서울신대의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내실을 기한다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서울신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유일한 교역자 양성기관이다. 좋은 교수,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 장차 우리교단을 이끌어갈 학생들이 기본적인 교육환경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
Q 대학발전과 경쟁력 강화에는 재원마련과 운영이 매우 중요한데 어떻게 학교살림을 꾸려 왔는지?
A 아무리 거창한 계획과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다 상환하였지만 학교에 부임했을 때 부채가 48억 원, 각종 기금이 50억 원 정도 되었다. 원리금 상환액이 많게는 1년에 7~8억 원 나가는 실정이었다. 학교의 재정구조가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아 예치해 놓고 곶감 빼먹듯이 다 빼 먹고 다시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식이라 학교발전기금이 모이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품과 군살을 제거하는 한편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교재정을 운용할 때 선택과 집중을 했다. 학교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여한 곳은 노후한 교육환경 개선과 교수 충원이다. 30여 년 동안 쓰던 기숙사 침대를 바꾸고, 38%에 머물던 교수확보율을 55%까지 끌어 올리는 것 등에 집중했다.
Q 노조문제 해결 등에 있어 원칙과 명분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A 평소 힘과 권위는 어깨에 힘준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명분과 원칙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우리 직원들은 매우 착하다. 임기동안 급여를 올려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불만이 인사에 많이 있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일관성을 가지고 원칙을 세워 행정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도 많이 이해해주고 불만도 많은 부분 해소 되었다고 생각한다. 임기 초반에는 어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상식과 원칙을 고수하니 노사 간에 신뢰가 회복되고 평화로운 학교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총장 재임기간 중 전국 186개 대학 중 181위라는 이상한 평가기관에 의해 어리둥절했던 대학종합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대학을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워 서열화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대학과 신학대학을 함께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학교는 신학대학교이고 국내 신학대학교 중에서 서울신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 학교평가에 대해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열등감을 갖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고 더 좋은 학교로 만들어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의 모교 내 후배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내년이 서울신대 개교 100주년이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A 학교가 개교한지 백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본다. 백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기념행사들로 마무리하기 보다는 학교가 한 단계 더욱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신대 구성원들이 학교의 미래와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기독교대학이 있지만 서울신대가 명실상부하게 복음을 강조하는 기독대학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등학생수와 기독교인이 줄고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냉철하게 반영해 정말 제 2의 창학을 한다는 생각으로 창조적인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퇴임이후 계획은 어떤가?
A 교수직도 임기가 3년 반 남았다. 그동안도 그랬지만 학자로서의 남은 시간도 교단 신학을 연구하는데 바치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 퇴임식을 마치고 바로 1년 계획으로 아주사퍼시픽대학에 연구 목적으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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