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탄할 세월 보낸 이 학생을 보라!

북한사람들은 왜 이렇게 값없이 살아야 하나…

해가 바뀌고 달이 지나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중국의 하북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북성에서 내가 국경을 넘은 연길까지는 기차로 꼬박 이틀 길이었다. 나는 항상 내가 다시 연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가서 생이별을 한 엄마에게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다. 이 한마디 소식을 전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마침 그 집 식구들이 도시로 떠난다고 했다. 빚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도시에 가서 일하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도 그들과 함께 도시에 있는 양계장에 일하러 가게 되었다. 도시이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도망칠 수는 있었으나 정작 떠나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떠나야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게 한 것은 그 곳 양계장 주인의 횡포를 견디기 어려워서였다. 내가 북한사람이라는 것을 안 그는 양계장 일중에서도 제일 힘든 일을 시키고 월급을 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양계장 도구를 씻는데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데서 일하다보니 몸이 꽁꽁 얼어 도저히 견디기 어려웠다.

그리고 조금만 잘못해도 욕설이 날아들었다. 결국 나는 병이 나서 눕게 되었다. 병원에 가서 거기서 놔주는 주사를 맞으며 잠시 누워있으면서 나는 다시는 거기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양계장으로 가지 않고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 도시의 여기저기를 헤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을 밖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가 길거리에 누워있는 것을 본 어떤 사람이 마실 것과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어디서 온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않고 저 먼 남방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내 몸이 불덩어리 같은 것을 보고 그 분은 며칠 집에 있으면서 치료를 하라고 하며 친절히 약도 사다줬다. 그 분의 도움으로 나는 며칠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고 가까운 식당에서 일할 수도 있었다. 식당에 갔을 때 나는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북한사람들이 어떤 신세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뭐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니 사장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하루빨리 연길에 가고 싶었으나 그곳에 가는 차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일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밀가루 반죽을 하고 그것을 구워 아침시장에 내가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청소를 하는 등 식당의 모든 잡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처지가 길바닥의 돌보다 못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번은 요리사에게 향채(국에 넣는 조미료로 쓰이는 채소)를 썰어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아차 하는 찰라 그의 칼이 나의 손을 내려쳤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 손가락이 잘린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다행히 잘리지는 않았으나 살이 뭉청 떨어져 나가고 뼈가 하얗게 보였다.

나는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으나 사장은 손님이 많다고 하면서 보내주지 않았다. 손은 며칠동안 쓰리고 아팠으나 나는 대충 헝겁을 싸매고 그냥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피는 며칠이 지나도 멎지 않았다. 

그 손을 내려다보며 나는 혼자 구석에서 남이 보지 않게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왜 나는 이렇게 당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는가고 ….

우리 북한사람들은 왜 이렇게 값없이 살아야 하느냐고 하늘에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주저 앉을 수는 없었다. 꼭 어떻게 하든 살길이 열리리라 믿었다.

나는 그 식당에서 6개월 동안 억척스럽게 일하여 번 돈을 가지고 연길행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꼭 2년 반 만에! 내가 팔려왔던 그 길을 자유롭게 이렇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길은 또 다른 어려움의 시작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글 /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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